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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해킹 파장/ 靑 보안의식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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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해킹 파장/ 靑 보안의식도 '구멍'

입력
2008.04.23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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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에 구멍 뚫린 청와대는 이후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해커가 국가 최고기관의 내부 전산망에 침입해 정보를 유출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위기의식은커녕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22일 하루종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해킹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3월 초. 이미 한 달이 지났지만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해킹인지도 제대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한국일보가 사건을 보도한 22일 아침 황급히 해명자료를 내고내고"청와대 직원의 개인용 컴퓨터가 단순한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해킹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해명자료에는 친절하게 '객관적인. 하지만 사실을 적시하기 바랍니다'라는 경고문구도 곁들여 있었다. 하지만"도대체 무슨 말이냐" 는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청와대는 불과 1시간 만에 만에"해킹으로 추정된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바이러스 감염의 의도성이나 경유지 파악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체면 치레를 하려다가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한달 동안 뭐했나.

청와대는 범인을 잡는 데도 소홀했다. "해커들이 주변의 3국을 경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전부다. 국가정보원을 통해 조사 중이라고는 하나 한 달이 지나도록 어느 국가 해커의 소행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청와대는 "아주 전문적이고 복잡한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계를 스스로 인정해 실소를 자아냈다.

청와대는 해커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한 3월 이후 어떤 대응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보완 대책을 수립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청와대가 뚫릴 정도라면 다른 주요 국가기관의 전산망은 더 큰 위협에 처한 상태인데도 비상 매뉴얼에 따라 정부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안이한 인식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킹당한 자료에 대해 "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서 하는 일이 재난, 사고, 날씨, 사건사고, 안보 관련 보도, 여론동향 등에 대한 보고서인데 그런 것들"이라며 "국가 기밀문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별 것 아니니 호들갑 떨 것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참여정부에서 구 NSC는 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하는 중추기관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자료를 유출한 청와대 직원에 대해 문책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3월 초 관계기관과 합동점검을 통해 자료가 유출된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제서야 책임자를 가려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직원은 원래 있던 정부부처에 복귀한 상황이라고 한다.

피해 축소에만 급급

청와대는 이날 "이번 해킹으로 인한 청와대 내의 인트라넷 서버는 피해가 없고 웜바이러스에 감염된 PC도 1대뿐"이라며 추가 피해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중요한 정보는 모두 서버에 저장돼 있고 개인 PC와 서버는 분리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히려 "19일에 해킹 시도가 있었지만 방화벽에 차단돼 아무 피해가 없지 않았느냐"며 은근히 자랑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21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자료가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피해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실토했다.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 웜 바이러스(worm virus)

상대방 컴퓨터를 교란하거나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정보를 빼내기 위해 만든 악성프로그램의 일종. 한번 감염되면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자기 복제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일반 컴퓨터 바이러스보다 피해의 속도와 규모가 크다. 이곳 저곳 마구 돌아다니는 벌레(worm)에 빗대 이런 이름이 붙었다. 보통 인터넷 이메일을 통해 전달된 파일을 실행시키는 과정에서 감염된다. 해커가 컴퓨터 시스템의 공유 네트워크나 운영체제의 보안이 취약한 부분으로 침입해 웜바이러스를 남겨놓은 뒤 원하는 정보를 빼내고, 호스트(주 컴퓨터)를 공격하기도 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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