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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영화제 최고의 권위 '밴프영화제' 한국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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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영화제 최고의 권위 '밴프영화제' 한국 첫선

입력
2008.04.2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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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의 작은 도시 밴프(Banff). 해마다 11월이 되면 빙하에 깎인 만년설 봉우리가 병풍을 두른 이곳으로 순례객들이 몰려온다. 빙원과 호수, 침엽수림의 품속에서 등산화를 신은 순례객들은 밴프산악문화제를 연다.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산악인들의 발길을 잡아 끄는 것은 ‘밴프산악영화제(Banff Mountain Film Festival)’. 대자연의 장엄함과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거친 숨소리가 담긴 영화들이 록키산맥을 스크린 삼아 펼쳐진다. 1976년 시작해 지난해 32회를 맞은 영화제는 세계 200여 산악영화제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밴프시에서의 축제는 일주일 일정으로 진행되지만 밴프산악영화제는 일년 내내 계속된다. 산악영화제를 주최하는 밴프센터는 행사에 참여한 작품 중 수작들을 선정, 전세계를 순회하며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관람 기회를 주고 있다.

아이슬란드부터 인도까지, 30여국 275개 도시에서 ‘밴프산악영화제 월드투어’라는 이름으로 대자연의 에너지를 함께 나눈다. 2008년 4월 24일, 마침내 한국에서도 밴프산악영화제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밴프마운틴필름페스티벌인코리아 운영위원인 김석우 감독은 “암벽 등반에만 국한되지 않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환경문제 등을 다룬 다양한 산악영화들이 상영된다”며 “등산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자연의 위대함과 색다른 재미를 느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위는 올해 영화제를 시작으로 매년 4월 월드투어의 한국 유치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24일 서울 압구정과 부산 서면을 시작으로 30일까지 대구 광주 대전의 CGV 상영관에서 지난해 각종 수상작 10편이 상영된다. 문의 (02)724-2000.

유상호 기자 shy@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산악영화를 본다는 것은 산에 오르는 일과 매한가지"

몇 해 전 로키산맥의 심장부인 캐나다 밴프에서 아름다운 산과 숲을 보고, 보너스로 산악영화제까지 즐길 기회를 가졌다. 그러고 나니 산을 사랑하는 한국의 수많은 마니아들도 밴프산악영화제를 경험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등산인구가 1,000만이 넘지만 산과 관련된 좋은 문화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전세계 산악연맹이 가입되어 있는 국제산악연맹 총회가 일본 마쓰모토에서 열렸다.

지루한 회의 중간중간에 10, 20분짜리 밴프산악영화제의 영화를 보는 시간이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의 영화들을 보면서 각국 대표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때다 싶어 밴프산악영화제 코리아투어를 추진했다.

마침 캐나다관광청과 밴프가 위치한 앨버타주의 관광청도 밴프산악영화제의 한국유치를 고민하던 중이어서 일은 쉽게 풀렸다.

운영위원들의 열정과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원봉사가 모아져, 이제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일만 남았다. 그저 즐겁다. 산에 오르는 일이나 그 모습과 스토리를 담은 영상을 보는 일이나 결국은 모두 하나다.

배경미 대한산악연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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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프영화제 상영작/ 킹 라인: 에스 폰타스 外

‘산악영화’라는 카테고리는 <클리프 행어> 나 <버티컬 리미트> 처럼 거친 산을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산악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은 이런 영화의 문법과는 거리가 있다.

극한 조건의 암벽등반, 산에서 체험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환경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띤 산악영화의 주된 소재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밴프산악영화제의 영화들도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 킹 라인: 에스 폰타스

세계적 등반가 크리스 샤마의 암벽 등반 장면을 담은 장편 <킹 라인> 중 스페인 마요르카 부분만 따로 편집한 단편이다. 바닷물 위로 치솟은 아치형 바위 ‘에스 폰타스’에 오르기 위한 샤마의 처절한 사투가 화면 속에 펼쳐진다. 거친 파도 속으로 추락을 거듭하면서도 기어오르기를 포기하지 않는 샤마의 모습을 통해, 실패와 응전이라는 인간의 숙명을 되씹게 만든다. 감독 조쉬 로엘, 피터 모티머(미국). 13분.

■ 엔트로피

‘스노우카이팅’이라는 색다른 익스트림 스포츠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 북극권의 광활한 설원, 극단적인 바람과 눈 속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매단 스노우보드를 타는 곡예가 펼쳐진다.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스피디한 영상이 시원한 쾌감을 안겨 준다. 감독 모르텐 게르스타드(노르웨이). 11분.

■ 트라이얼 앤드 에러

캐나다의 산악 자전거 선수 리안 리치의 묘기를 담은 작품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숲 속에서 리치는 신기에 가까운 자전거 솜씨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다. 리치가 자전거를 타는 숲은 개발 바람을 타고 벌채의 위기에 처해 있다. 현란한 묘기 속에 사라져 가는 숲을 안타까워하는 리치의 목소리가 퍼진다. 감독 비욘 엥가(캐나다). 8분.

■ 라 벤타나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한 풍광의 파타고니아. 베네수엘라 원정대는 가혹한 날씨를 뚫고 화강암 침봉 쎄로또레를 오른다. 얼음으로 뒤덮인 거대한 수직 기둥을 오르는 인간의 열정 앞에, 대자연은 깊숙이 숨겨뒀던 천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감독 페드리코 피사니(베네수엘라). 21분.

■ 배저드

상영작 목록에 포함된 유일한 애니메이션. 세상의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오소리의 굴 아래로 핵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주인공 오소리가 그 속으로 떨어진다. 기지 안을 돌아다니던 오소리는 결국 발사 버튼을 누르고 만다. 인간이 욕심으로 자행되는 환경파괴를 비꼬는 블랙코미디. 감독 샤론 콜먼(영국). 7분.

■ 밸런스

극단적인 익스트림 스키 활강을 보여주는 영화. 눈사태가 뒤를 쫓는 가운데 거대한 로키산맥의 절벽을 활강하는 짜릿한 스키어의 모습을 담았다. 시각적 쾌감의 절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감독 폴 코튼(캐나다). 11분.

■ 엔드리스 노트

절친한 친구인 알렉스와 콘래드가 히말라야를 오르던 중 눈사태를 만난다. 알렉스는 죽고 살아 남은 콘래드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콘래드는 알렉스의 부인에게 뜻하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들은 네팔에 세르파를 위한 등반 안전 교육기관을 세우기로 한다. 히말라야 설산의 장엄한 풍경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감독 마이클 브라운(미국). 52분.

■ 인 플럭스

이탈리아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벌어지는 카약의 세계를 기록했다. 무시무시한 협곡 속으로, 작은 카약에 몸을 맏긴 채 쏟아져내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보고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돼 나오는 영화. 감독 다비드 아누(프랑스). 17분.

■ 에어리얼리스트

절벽 위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 내리는 딘 포터의 모습을 기록한 영화. 가파른 절벽을 맨손으로 기어오른 뒤 그 끝에서 뛰어내리는 짜릿한 전율이 스크린 속에 펼쳐진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이 날 것으로 전해진다. 감독 브라드 린치, 짐 허스트(미국). 27분.

■ 킹 레인

프랑스 미국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촬영한 등반가 크리스 샤마의 영상. 위험과 좌절을 딛고 정점을 향해가는 모습을 통해 ‘등반을 왜 하는가’라는 산악스포츠의 가장 원초적 질문에 다가선다. 감독 감독 조쉬 로엘, 피터 모티머(미국).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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