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에 반발, '통상절차법' 제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부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통상협상을 추진할 수 없도록 국회 통제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엔 정치권 안팎의 통상절차법 제정 요구를 외면했던 터라 '여당일 때 다르고 야당일 때 다르다'는 싸늘한 촌평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볼모로 한 굴욕적인 쇠고기 개방의 전면백지화를 요구한다"면서 "향후 정부가 다시는 밀실협상을 할 수 없도록 4월 임시국회에서 통상절차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 의견이 통상협상 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은 기존 입장을 뚜렷한 설명 없이 번복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ㆍ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내용의 한미 FTA 협상 때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물론 준(準)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 모두 통상절차법 제정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당시 범여권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2006년 2월 통상협상 개시 단계에서부터 국회의 통제권이 미치도록 하는 내용의 제정안을 발의하자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를 외면했다. 당시 우리당 소속 이상경ㆍ송영길 의원이 같은 해 9월과 10월 잇따라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국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현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인 지난해 10월 정기국회 때도 통외통위에서 법안 심의를 차일피일 미뤘다. '국회의 월권행위'라느니 '법 제정이 세계화 추세에 역행한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17대 국회 내내 법 제정을 주장해온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대해 "뒤늦게나마 법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신당 관계자는 "한미 FTA 내용을 놓고는 일언반구 말이 없더니 이제 와서 통상절차법 운운하는 걸 보니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통상절차법 제정에 대한 야권의 공감대는 형성된 듯하지만 결과를 장담하긴 이르다. 협상 개시단계에서의 국회 동의, 통상위원회의 독립기구화, 협상과정에서 국회 보고 의무화, 협정문 서명 전 국회 동의 의무화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렵사리 법이 제정돼도 이번 쇠고기 협상에 대해선 효력이 소급되지 않아 만시지탄일 뿐이다.
한편 민주당은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과 23일 오전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쇠고기 협상 국회청문회' 개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효석 원내대표는 22일 "한나라당이 소극적일 경우 다른 야당과 연대해서라도 청문회를 열겠다"며 야권에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다.
양정대 기자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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