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2일 경기 화성동부서 A지구대. 경찰관 3명이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3월까지만 해도 이 지구대는 조당 10명씩 30명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이 달 초 6명이 새로 문을 연 화성서부서로 옮겼다. 한 경찰관은 “서부서는 인원충원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서둘러 문을 열었다”며 “십시일반으로 주변 경찰서에서 인원을 빼가다 보니 남은 직원들 업무가 2배 이상 늘었다”고 푸념했다.
#2. 같은 날 서울의 한 경찰서 실종사건 전담반. 팀장 1명과 팀원 2명이 서류작업 중이다.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과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 이후 경찰청 지시로 구성된 조직이다. 하지만 팀장은 “대부분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며 “신고를 받고 나가도 가출 자녀를 찾아달라는 사건들 뿐”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어린이 대상 강력 사건 이후 경찰의 인력 재배치 계획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단 터진 곳부터 메우기’식 대책인 탓에 “아랫돌 빼서 웃돌 괴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 “재배치 인력도 있어야 할 곳엔 없고 엉뚱한 곳에 몰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조직 살 빼기를 통한 작은 정부 지향’정책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경찰 인력 충원 불허 방침을 고수하면서 상황은 더 꼬여 만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4일 문을 연 화성서부서다. 이 경찰서는 별도 인원 배정 없이 화성동부서(옛 화성서ㆍ223명), 수원 중부ㆍ남부ㆍ서부서(이상 각 10명), 안산 단원ㆍ상록서, 성남수정ㆍ분당ㆍ안양ㆍ과천ㆍ군포서(56명) 등에서 빼낸 309명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 개서 예정이었으나 “경찰서 하나 문 여는데 왜 이리 오래 걸리느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정을 앞당겨 서둘러 문을 열었다.
경찰청은 또 내근 인력을 10% 이상 줄여 민생치안 현장으로 내보낸 데 이어 정보ㆍ보안 담당 인력도 200명 이상 줄여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업무 효율이 있을 지 미지수다.
15년간 정보 업무만 해온 한 경찰관은 “갑자기 형사, 수사 업무를 하라는 데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업무 효율성 면에서 보면 난센스 같은 조치”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경기 지역에서 대형 강력사건이 터져 인력 증원 여론이 일자 서울청 등 다른 시ㆍ도경찰청에서 380명을 빼내 화성서부서에 인력을 차출당한 경찰서로 보냈다.
또 올해 말까지 추가로 1,757명을 빼내 경기청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다른 시ㆍ도경찰청은 “인력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아우성이다.
부산의 한 경찰 간부는 “현장 인력을 늘려 민생치안에 강력 대처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는 부산 지역도 마찬가지인데 사람이 없다”며 “사람 꿔주기도 하루 이틀이지 경기도 이외 지역은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경찰관 증원(160여명) 계획이 이미 확정됐다”면서 “새 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에 따라 증원 없이 인력의 효율적 배치로 수요를 메우기로 했다”며 증원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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