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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쇄신안 발표/ 은행업 진출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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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쇄신안 발표/ 은행업 진출 절대 없다

입력
2008.04.23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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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했던 ‘삼성은행’ 출현설(說)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삼성은 대신 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금융계열사들의 ‘각개약진’ 전략을 택했다. 당분간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이 뭉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날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동안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명확히 말씀드린다”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의 표현에서는 결연한 의지마저 읽혔다.

그 동안 삼성은 여러차례 “은행업 진출계획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시장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끊임없이 삼성은행의 등장 의혹을 제기했었다. 대기업 가운데서도 삼성이 유독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폐지에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들어 금산분리 정책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자 의혹은 더욱 커졌고 금융당국은 “삼성에 특혜를 주기위한 조치가 아니다”고 해명까지 해야 했다.

이날 발표는 이런 의혹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일단 ‘삼성에 유리한 쪽으로 국가정책을 몰고간다’는 반(反)삼성 정서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단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실리적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에도 일부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되고 보험사에도 지급결제 제한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등 기존 금융계열사만으로도 어느 정도 은행업 진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앞으로 삼성생명ㆍ화재ㆍ증권ㆍ카드ㆍ투자신탁운용 등 기존 비(非)은행 금융업에 매진할 뜻을 밝혔다. 이 실장은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의 5개 금융계열사는 이미 각 업계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생명과 화재는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1위고 증권도 고객예탁자산 기준으로 1등이다. 투신운용은 수탁액 기준 2위. 삼성카드는 카드업계 3위지만 은행계를 제외한 전업사 중에는 1위다. 결국 당분간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5개 계열사가 뭉치는 ‘금융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돈이 많이 들고, 전자 등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 등이 남아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향후 ‘이재용 체제’하에서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울러 이번 특검 수사에서 화재와 증권 등이 그룹의 사금고처럼 이용된 정황이 드러난 데 대한 비난을 의식,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고 정도ㆍ윤리경영을 실천할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특검에서 문제가 됐던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과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도 물러나게 됐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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