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 영화다.
우선 청룽과 리롄제, 류이페이의 얼굴을 한 프레임 속에서 보는 것이 뿌듯하다. 게다가 청룽이 <취권> (1978년), 리롄제가 <황비홍> (1991년) 속의 모습으로 나온다. 황비홍> 취권>
<서유기> <백발마녀전> 등에 대한 오마주도 VHS 테이프로 홍콩 영화를 보던 시절의 향수를 팍팍 자극해 준다. 남녀노소, 아시아와 미국 관객에게 모두 어필하려 한 할리우드 자본의 심모원려(?)가 돋보인다. 백발마녀전> 서유기>
하지만 그게 한계다. 조준사격 대신 지향사격을 택한 만큼, 관객층은 넓을지 몰라도 이 영화에 ‘팍 꽂힐’ 관객은 없을 듯하다. 치즈버거를 입에 문 미국 관객의 이해력 범위 내로 아시아 고전의 내러티브는 찌그러들었고, 청룽과 리롄제의 액션도 특유의 탄성을 잃은 채 희화화됐다. 말하자면, 맥도날드화한(Mcdonaldized) 홍콩 무협이다.
밤새 홍콩 영화를 보다가 잠드는 미국 청년 제이슨(마이클 안가리노)이 불량배들에게 쫓기다가 과거 중국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쿵후의 달인 루얀(청룽)과 란(리롄제)을 만나고, 두 사람은 제이슨이 500년 간 돌 속에 봉인된 손오공을 깨울 예언의 인물임을 알아 차린다. 제이슨은 ‘단기 속성’ 과정으로 쿵후를 마스터하고, 어둠의 지배자 제이드 장군을 쳐부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재치와 눈웃음이 깊어진 청룽과 리롄제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어린 시절 액션 우상의 몸이 굼떠진 모습을 목격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취권, 사권, 학권, 무영각 등의 무협 보캐블러리를 영어로 듣는 색다른 어학 학습 효과도 있다. 개봉 첫주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어쨌든, 할리우드 자본은 대단하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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