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AFP통신, BBC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전격 퇴진 발표를 주요 소식으로 긴급 타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 회장의 퇴진과 삼성 측의 발표 내용을 석간 1면에 실었으며 중국 언론들은 삼성이 베이징(北京) 올림픽 공식 후원사이고 중국에만 7만여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에 미칠 파장을 주시했다.
이들 외신은 이 회장이 이날 삼성 특검의 수사 종결 이후 그룹 차원의 경영 쇄신안을 밝히는 자리에서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특검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발표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블룸버그통신은 “21년에 걸친 이 회장의 삼성 통치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마이니치(每日),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이 회장이 삼성을 둘러싼 부정자금 의혹에 책임을 지고 후계자로 지목된 아들 재용씨와 함께 사임했다”며 “삼성을 둘러싼 의혹은 검찰 간부와 국세청 당국자, 정치인에게 광범위하게 비자금을 제공해온 것이 핵심”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 9명이 조세포탈과 배임 등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아온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재벌 총수의 소유ㆍ지배 구조 및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일부에서는 한국을 ‘삼성공화국’이라고 부르는 등 반 삼성 기류가 형성돼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AP통신과 BBC는 특검이 이 회장을 불구속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치열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세계적인 반도체, 휴대폰, 선박 생산 기업으로 한국 연간 수출액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며 삼성의 연간 수익은 싱가포르의 연간 국민총생산(GDP)에 맞먹는 1,600억 달러에 달한다. 외신들은 만약 이 회장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AFP통신은 그러나 이 회장이 징역형과 같은 강력한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며 그가 퇴진하더라도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영향력은 지속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교도(共同)통신도 “삼성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운 이 회장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그간 불투명하다고 비판 받아온 경영의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20년 넘게 경영을 주도한 이 회장의 영향력이 퇴진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의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인민망 역시 “중국 삼성의 한 소식통이 이 회장의 퇴진이 중국 삼성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회장의 퇴진이 삼성의 경영 공백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 단체의 우려와, 삼성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의 엇갈린 반응에 주목하기도 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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