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농구 왕중왕을 가리는 2007~08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이다.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라는 검증과정을 거친 두 팀이 지존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이 챔프전이다.
필자도 감독 시절 농구 대잔치 7회 우승과, 프로농구에서 4차례 챔프전 경험이 있다. 챔프전처럼 1년 농사를 결정 짓는 큰 경기를 앞두고 감독의 심적 중압감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감독으로 챔프전까지 치른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자 축복이지만 당사자는 그렇게 ‘편하게만’ 생각할 수 없다. 챔프전의 승자와 패자는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승리하면 그동안 잘못됐던 과정이 모두 용서(?)되지만, 패하면 한동안 한숨과 안타까움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챔프전을 반드시 단기전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챔프전은 6강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와 달리 7경기 중 4경기를 먼저 이겨야 하는 만큼 먼저 한두 경기를 이기거나 졌다고 해서 승부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역전 당할 수 있고,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앞서나가는 팀은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실책을 무조건 덮어만 둔다면 자만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 또 뒤지는 팀은 지난 실수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챔프전은 단기전 같은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동부와 삼성은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까지 올라온 검증된 팀들이다. 두 팀은 서로의 전력, 전술, 장단점은 물론이고 심지어 상대팀 코트의 흠집 난 부분까지도 눈 감고도 알고 있다.
현재까지는 동부가 유리한 고지에 선 것은 사실이다. 동부는 서울시리즈(3~5차전)에서 결판을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6, 7차전은 안방에서 치르는 만큼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역대 챔프전에서도 봤듯이 초반에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했던 것은 아니다. 삼성에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두 팀의 명승부를 기대한다.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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