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의 해법으로 국내에 일본기업 전용공단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의 아이디어는 대일 무역적자의 78%를 점하는 부품ㆍ소재 분야의 일본기업을 우리 땅으로 불러들여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앞선 부품소재 기업들의 한국 진출과 연구ㆍ개발(R&D),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일본기업 전용 부품ㆍ소재공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경단련 주최 오찬 강연에서 "일본기업 전용공단을 만들어 값싼 공장용지를 공급하고 인허가 원스톱서비스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재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세일즈를 펼쳤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누적 대일 무역적자는 2,287억달러. 이 중 부품ㆍ소재 분야 적자가 1,780억달러로 78%나 된다. 양국 간 기술격차가 벌어지면서 부품ㆍ소재ㆍ기술에 대한 대일 의존도도 높아져 대일 무역수지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는 2006년 254억달러, 2007년 299억달러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올 1ㆍ4분기도 83억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나 늘어났다.
정부는 2015년까지 10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입해 원천기술을 선진국 대비 90%까지 확보하는 소재산업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등 그 동안 원천기술 확보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자, 일본의 부품ㆍ소재기업을 유치해 기술 전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이 대통령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앞서 양국의 기술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두 나라의 격차를 그대로 두고 FTA를 하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FTA 협상 이전에 기업 간 협력 등 상호 취약부분에서 협력을 함으로써 양국에 윈윈이 되는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대일 적자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높기 때문인 만큼, 일본 기업들의 호응이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실패할 경우 대일 의존적 구조가 더욱 고착화하고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기반마저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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