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 코리아’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21일 국가안보의 심장인 청와대 내부 전산망까지 해킹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은 전세계 해커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청와대 해킹 사건 이전에도 외국 해커들은 국내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금융기관 홈페이지, 전자상거래 사이트, 포털 사이트까지 마음대로 드나들며 개인정보, 군사ㆍ산업정보를 빼내가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발을 놓고 있다.
청와대가 해킹 당했는데도 누구의 범행인지,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을 정도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해킹의 주요 경유지라는 국제적 오명을 뒤집어 쓸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 산업이 위축돼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생한 해킹 사건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국내 최대인터넷 거래업체인 옥션 해킹 사건이다. 자그마치 1,081만명, 전체 국민의 5분의1이 넘는 사람들의 이름과 아이디(ID),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집주소, 비밀번호 등이 해커 손에 넘어갔다.
이 중 10%인 약 100만명은 은행계좌번호, 물품거래 및 환불기록도 함께 빠져나가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2월 초 발생한 이 사건은 옥션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달에는 금융그룹인 미래에셋의 홈페이지가 해커의 공격으로 다운됐다. 이로 인해 홈페이지를 통한 계열사 접속이 어려워져 웹 매매, 펀드 기준가격 조회 등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금융회사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한 첫번째 케이스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형 포털사이트인 다음의 고객상담정보 시스템이 해킹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스템에 저장돼 있던 회원 7,000여명의 상담정보가 속수무책으로 털렸다. 동시접속자 수백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 블리자드사의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 워크래프트’도 최근 게임계정이 계속 도용당하고 있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어 해킹 의혹이 있다.
은행 인터넷뱅킹도 안심지대는 아니다. 올 2월 중국 해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국내 PC의 정보를 이용, 국민은행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공인인증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통해 정보를 알아낸 뒤 4명의 고객계좌에서 7,000만원의 예금을 빼내간 사건이 있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20대 국내 해커가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에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해 외환은행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은행계좌에서 5,000만원을 인출했다가 적발됐다.
올 1월엔 중국 해커가 우리 군 장병들의 개인 전자메일 주소로 해킹 프로그램이 첨부된 메일을 발송해 컴퓨터에 저장된 군사자료를 빼나간 사건이 발생해 군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가수 보아, 아나운서 박지윤 등 연예인 미니홈피가 해킹당해 개인 사생활이 유출되는 경우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발간한 ‘인터넷침해사고 동향 및 분석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해킹 사건만 1,360건에 달한다.
지난해 신고처리된 총 해킹건수는 2만1,732건이었으며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4,228건이 신고됐다. 지난해 발생한 해킹사고를 피해 기관별로 분류하면 개인 등 기타가 1만7,161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기업 3,039건, 대학 1,121건, 비영리기관 273건, 네트워크 133건, 연구소 5건 등이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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