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을 며칠 앞둔 지난 2월 중순, 국가기관의 심장 격인 청와대 전산망에 외부 해커들이 침입, 상당량의 중요한 정보들을 빼내간 것으로 21일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3월 말까지 해킹 사실조차 알지 못했으며 그 이후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지도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국가기관의 전산망 관리는 물론 국가안보 차원의 보안관리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사후점검을 통해 청와대 전산망이 해킹 당한 때는 2월 중순으로, 중국 혹은 북한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접속한 해커들이 침입한 사실까지는 확인했다. 국정원은 3월 말 해킹 사실을 인지, 청와대에 긴급히 알렸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극비사항으로 분류돼 즉시 보고됐다.
청와대와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 해커들은 정상적 절차 없이 시스템에 다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백도어(back door)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 따라서 국정원 등의 추정대로 해커들이 상업적 목적이 아닌 국가안보 차원의 기밀을 노리는 중국이나 북한의 정보기관이라면 즉각적으로 국가기관 전산망에 대한 총체적 점검에 들어가 보안망을 철저하게 구축해야 할 상황이다.
해커들은 최근 청와대 전산망을 다시 노렸다. 지난 주말인 19일 오전 청와대로 향하는 인터넷망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접속이 폭주했다가 방화벽에 막혀 봉쇄됐다. 청와대는 이 해킹 시도를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사건으로 간주, 국정원과 사정당국에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내부 전산망인 ‘이지원(e知園)’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해킹 때문이라는 분석에 상당한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청와대에 들어간 2월25일 저녁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컴퓨터를 다시 작동하는데 열흘이 걸렸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당시 “컴퓨터 로그인에 필요한 비밀번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을 뿐 이후에도 정확한 전말을 밝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해킹 사실을 은폐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지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이미 해킹 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었다.
또한 아직까지도 해킹으로 유출된 기밀의 정확한 내용과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은 참여정부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 청와대 간의 부실한 인수인계 과정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주요 자료들을 제대로 분류하지 않고 국가기록보관소로 모두 이관하는 바람에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모르게 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참여정부 측 인사들은 “자료 이관 의사를 밝혔으나 새 정부의 인수위가 거절해 국가기록보관소로 이관했다”고 반박, 사후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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