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창한 ‘강한 러시아’의 기반이던 에너지국유화정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원유 생산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 유전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민간 기업과 해외 자본을 내쫓는 국유화 정책으로 러시아의 새 유전 개발 능력이 답보 상태에 놓인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러시아의 1ㆍ4분기 1일 원유생산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 하락한 976만 배럴을 기록, 지난 10년간의 상승세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석유 기업 루코일의 레니드 페둔 부사장은 “러시아 최대 유전인 시베리아 유전이 바닥을 보이고 채굴 비용도 갈수록 늘고 있다”며 “북극 유전 등 새 유전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2003년 에너지 국유화 정책을 시작한 이래 새 유전 개발이 사실상 중단됐다는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은 유코스를 비롯해 당시 흑자를 기록하던 민간 석유 기업들을 국유화했다. 또 영국 정유 회사 로열 더치 셀에 러시아 유전 프로젝트 지분의 절반을 러시아 국영회사에 매각토록 압력을 넣는 등 해외 기업의 경영에도 간섭했다.
이에 따라 이들 민간 기업이 추진하던 새 유전 개발이 중단됐고 러시아 유전 개발에 참여한 해외 자본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러시아 경제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연 6~7%의 고성장을 구가한 이면에는 이 같은 원유 산업의 기반 붕괴가 존재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러시아가 향후 8년간 현재의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3,000억달러(약 298조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에너지 국유화 체제에서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가즈프롬, 루코일 등 국영 기업들은 러시아 정부에 ‘돈 줄’ 역할을 해왔을 뿐 시추 능력 확보 등과는 담을 쌓고 지내왔다.
모스크바 알파은행의 분석가 로널드 스미스는 “러시아 정부가 최근 석유 기업의 채굴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연 40억 달러의 세금 감면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51% 이상의 러시아 자본 참여를 의무화한 투자규제법을 손질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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