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을 채용하는 A기업의 신입사원 공채에 7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의 이력서가 인사담당자의 이메일로 들어왔다. 인사담당자는 적절하고도 객관적인 선정방식을 통해 700여명의 지원자 중 채용 예상인원 30명의 5배수인 150명만을 추려내야 했다. 그
러기 위해선 나머지 550명을 추려내는 평가방식을 만들어야 했다. 그는 우선 들어온 이력서의 기본적인 사항들을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몇일 간의 야근작업을 걸쳐 성명, 출생 연월일, 학력 등의 기본정보와 객관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어학점수, 자격증 등의 사항들을 입력했다.
남은 것은 과감하게 조건이 빈약한 지원자들을 DB에서 날려버리는 작업이다. 입사 지원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이력서가 인사담당자에게 ‘소중히’ 읽혀지길 기대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이력서를 하나하나 검토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신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들은 구비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경력직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어학점수나 자격증보다는 경력기술서의 라인 하나 하나가 깊은 의미를 갖는다. 이직이 잦으면 경력관리에 치명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B과장은 첫 직장에서 성실히 4년을 보낸 후 신중한 고민 끝에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 외국계 기업이 본사의 결정으로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1년도 되지 않아 세 번째 직장을 찾게 됐다. 그러나 세 번째 기업 역시 면접 시 약속했던 업무영역과 다른 부서로 자신을 배치시키는 등 약속을 어겨 어쩔 수 없이 네 번째 직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첫 직장에서 퇴사한 지 2년도 안돼 ‘잦은 이직’이라는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겨야 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경력자들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B과장은 당당하게 네 번째 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취직했고 현재 성실히 직장생활에 임하고 있다. B과장의 비결 아닌 비결은 스스로 경력기술서의 ‘한 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B과장은 지난 6년간 자신이 해왔던 업무가 한 방향을 향해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금까지 수행했던 프로젝트가 크거나 작거나 관계없이 각각의 과정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했던 기여도에 대한 분석결과를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던 덕분이다.
자신이 맡았던 업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떤 성장을 했는지 기록하는 습관은 문서상으로 뿐만 아니라, 구두상으로도 자신의 경력을 논리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주어진 현실에 안주해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간이 흘러갔음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자신이 걸어온 길, 현재 걸어가고 있는 길, 또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배상미 코리아브레인 헤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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