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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스튜어디스…아시아나 강선화·정진옥·이효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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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스튜어디스…아시아나 강선화·정진옥·이효영씨

입력
2008.04.22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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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년이 지나야 귀가 트이고, 무대 앞의 손님이 보입니다” 누가 하는 말일까. 유학생? 가수? 아니다. 하늘을 나는 게 직업인 스튜어디스가 들려주는 얘기다.

졸업을 앞둔 여대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 중 하나인 캐빈승무원. 우아한 자태를 뽑내는 유니폼을 입고, 전 세계를 누비는 스튜어디스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선택해 보고 싶은 직업이다. 면접경쟁률이 3대 1, 서류접수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대 1에 가까운 관문을 뚫어야 한다.

올해로 취항 20년을 맞는 아시아나항공의 ‘대표’ 스튜어디스 3명을 벚꽃이 만발한 아시아나 본사에서 만나 ‘그녀들의 수다’를 들어봤다. 입사 4개월째인 이효영(23) 사원. 입사 7년차인 정진옥(29) 대리, 입사 16년째인 강선화(39) 과장. ‘무대’(기내)에서는 모두 스튜어디스이지만 사무실에서는 ‘짬밥’ 차이가 엄청난 선후배 사이다.

귀가 트인다는 말은 뭐고, 손님이 보인다는 건 또 뭘까. 왕언니 강 과장이 말문을 열었다. “비행 초창기에는 긴장한 데다 기내 소음이 커 승객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유를 달라는 손님한테 콜라를 갖다는 주는 일도 있지요.”

혹 실수를 해서 긴장을 더 하게 되면 손님 얼굴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3년은 돼야 손님의 말을 부드러운 미소를 담아 경청하면서도 주위 손님이 요구하는 말도 ‘히어링’(Hearing)이 된다는 것.

그럼 베테랑 강 과장의 수준은 어떨까. 그는 탑승구로 들어오는 손님의 표정과 숨소리를 듣고 항공사 직원과 말싸움을 했는지, 다른 일 때문에 늦어 뛰어 왔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손님이 찾지 않았는데도 이마에 땀이 맺힌 분에게 시원한 물을 갖다 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이 고객은 다음 번에도 아시아나항공을 택할 게 뻔하다.

정 대리도 강 선배만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자랑하는 에이스에 속한다. 아무나 타지 않는다는 대통령 특별전세기에서도 활약했다. 보람을 묻는 질문에 “힘든 부분도 많지만, 스스로에게 더 좋은 선물을 준 것 같다”며 “처음 입사할 때 찍은 사진과 지금 얼굴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새내기 때 어색하게 웃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대신 입꼬리가 활짝 올라간 이른바 ‘위스키~’하는 행복한 얼굴이 됐다는 것.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쁜 마음으로 도움을 주려는 게 몸에 배다보니 자신이 더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이들이지만 일찌감치 승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새내기 이씨는 동아대 물리학과, 정 대리는 한양대 지구해양과학과, 왕언니 강 과장은 부산대 일어일문학과 출신으로, 모두 애초부터 스튜어디스를 생각한 건 아니다.

막내인 효영씨는 졸업 무렵 ‘외국에 나가서 여행하고 돌아다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승무원ㆍ영어 학원을 다니다 운이 좋아 합격했다고 겸손해 했다.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면 능력도 좋지만,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이 씨의 설명. 배려, 봉사, 감사. 이런 단어가 머릿속에 가득 차 있으면 최고라는 것.

이런 그들이라 해도 모든 것을 참아낼 수는 없는 노릇. 술 먹고 잠꼬대를 하거나 술 주정을 하는 승객, 코를 심하게 고는 손님, 식판을 트레이에 넣을 수 없을 정도 지저분하게 식사를 한 승객. 모두 이른바 ‘진상’들이다.

과도한 애정표현도 문제다. “오키나와 비행편이었는데 너무 사랑하는 사이 같았습니다. 서로 손금도 봐주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스킨십도 하구요. 근데 나이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라서 신혼부부 같지는 않았고….” ‘의심스러운’ 승객이라는 웃음 섞인 정 대리의 설명.

가녀린 몸매지만 체력은 최고여야 한다. 프랑크푸르트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14시간 이상 비행해야 하고, 무거운 짐도 번쩍번쩍 들어올려야 하고, 비상시에는 수퍼우먼으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운동은 필수다. 기내에서는 충분히 물을 먹고, 호텔 휘트니센터에서 열심히 뛰고. 물론 외모 관리는 기본이다. 세계 주요 공항을 누비다보니 어디가 얼마나 화장품을 싸게 파는지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 그녀들만의 특권인 셈이다.

최고참 강 과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는 ‘초딩’ 자녀가 두 명(6학년ㆍ2학년)이나 있는 학부모다. 결혼하면 회사를 떠나던 시절은 한참 옛날 얘기라고 한다. “(박삼구) 회장님이 ‘하나는 안 된다. 둘은 낳아야 한다’며 출산ㆍ육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케어해 주고 있어요. 그래서 산전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합하면 18개월이어서 출산 후 몸조리는 물론 돌까지 치르고 올 정도입니다.”

남자 친구가 있는 정 대리도 “남자 쪽에서 여자가 자기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향후 출산 문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매우 좋아한다”고 만족해 했다. 새내기 효영씨도 지방에서 올라온 탓에 좀 빡빡하긴 하지만, 부모님 도움을 받아 한 달에 150만원씩 적금을 부으며 ‘무대 앞의 손님’이 보일 날을 기대하고 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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