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라고 나온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인지 북한에서는 식(食)을 강조, 식의주(食衣住)의 순서로 말한단다.
요즘 한국사회를 보면 의식주가 아니라 교식주(敎食住)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옷이 교육으로 대치된 것인데, 옷(衣)은 이제 우리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생활의 기본요소로 꼽기가 힘들어졌다. 반면 교육은 생활의 기본 요소가 된지 오래다. 자녀 사교육비가 두 당 월 100만원에 육박하고 교육비 때문에 가정경제를 지탱하기가 버겁다는 호소가 많이 나온다.
주요 뉴스를 장식하는 것도 늘 교식주(敎食住) 분야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얼마전 발표한 우열반 편성, 0교시수업 허용 등은 교육 분야다. 정치권에서 다툼을 벌이는 뉴타운 선거공약 논란도 집값 문제이고, ‘강남 8학군’ 문제는 주택과 교육이 상호작용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한국산 삼겹살보다 싼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개방하는 것은 먹거리 분야다.
교식주(敎食住) 중 먹거리와 집 문제는 태고 때부터 시작된 것일테니 논외로 하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다급한 것은 교육 문제다. 공교육의 내실과 비중을 키워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주말 중학 1학년생 딸아이를 위해 동네 영어학원을 찾아 등록을 하려했더니 수강료가 월 39만원이라고 했다. 영어수준 측정비용도 3만원이고 교재값은 별도라고 했다.
주기적으로 IBT(Internet-based TOEFL Test)도 응시해야 한다. 수학 한과목도 월 25만원이라니 이제부터 월 70만원 가까이가 최소한의 사교육비다. 경기지역이 이 정도라면 서울 강남은 더 비쌀 것이고, 자녀가 둘 이상 있는 가정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사실 사교육비 문제는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던 것으로, 도대체 해결 방안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박정희 시절 고교평준화를 실시한 것이나, 전두환 시절 법조항으로 과외를 아예 금지시켰던 충격을 제외하면 약발이 먹혔던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미국식 교육모델을 들이대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미국도 현재 중고교의 학력저하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그래도 극성 부모들을 보기 어렵고 사교육이 판을 치지는 않는다. 프랑스 영국 역시 교육개혁이 화두다. 교육은 그만큼 다루기 어렵고 정답이 없다.
해법을 찾으려면 정부와 교사 학부모 교육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이 솔직해지는 것이 급선무다. 한 예로, 정부는 현 상황을 여전히 ‘고교평준화제’로 주장하지만 ‘고교입시제’가 부활한 지 오래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이 그것으로 이미 중학교부터 입시과열이 문제가 되고있다. 한 학교에서 많게는 70~80명씩 특목고를 보낸다는데 정부가 ‘평준화’라는 단어로 눈가림할 상황은 아니다.
또 교육단체 등의 주장처럼 학교가 인성교육의 장이라는 것은 지당하지만, 이를 빌미로 교과교육을 홀대하거나 고입이든 대입이든 입시교육만은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어차피 학생들이 밤늦도록 입시학원을 전전할 바에는 학교가 이들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학생들의 발길을 학교로 돌리게 하려면 학교가 양질의 수업을 공급하는 길 밖에 없다.
조재우 피플팀장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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