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ㆍ박사 대학원생들이 정규 과정 수료 후 학위를 받을 때까지 수강은 하지 않고 학적만 유지하는 이른바 ‘논문 학기’ 등록금이 대학별로 최고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인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으나, 교육 당국은 각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주요 사립대 등에 따르면 ‘논문 학기’ 중 대학원생에 대한 논문지도, 도서관ㆍ식당 등 교내시설 이용 혜택은 학교별로 비슷한데도, 등록금 액수는 천차만별이다.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는 성균관대는 석사과정 논문 학기에는 등록금이 아예 없으며, 숭실대는 학기당 8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연세대는 학과별로 정규 과정 등록금(400만~600만원)의 8분의 1 수준인 50만~75만원을 받고 있으며, 서강대는 인문ㆍ사회계열은 73만4,000원, 공학계열은 96만원을 받아 주요 대학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고려대는 최초 ‘논문 학기’에는 의료공제비, 논문지도비 명목으로 30만원을 받은 뒤 이후에는 학기당 3만원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받지 않던 중앙대도 다른 대학들의 추세에 맞춰 올해부터 정규 학기 등록금의 10%를 받기 시작했다.
각 대학은 논문 지도와 도서 대출 등 학내시설 이용 등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유지 비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자세한 기준은 말할 수 없으며, 매년 학교에서 모든 상황을 종합 분석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도 “논문 작성에 별도의 학점이 주어지지 않지만, 논문이 대학원 졸업에 필수적인 만큼 학점의 일부로 간주해 등록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군색한 설명에 반발, 다른 학교보다 훨씬 많은 등록금을 내는 일부 학교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인하 요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강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단지 논문 지도를 받을 뿐인데 학기당 100만원 가까운 돈이 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등록금을 아예 없애지 못한다면, 일반 대학원의 ‘논문 학기’ 등록금을 교내 특수대학원 수준(20만원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은 ‘각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우리 부처는 정규 학기 수업료와 입학금만 관장한다”며 “논문 학기는 정규 학기가 아니므로 어떤 부령으로도 규정돼 있지 않으며, 강제 및 권고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편법으로 폭리를 취해도 근거 규정이 없으니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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