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좌파 열풍이 파라과이로 번져 전세계 최장수 집권 여당을 무너뜨릴 기세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0일(현지시각)로 예정된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좌파 야당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의 페르난도 루고(58) 후보가 여당인 콜로라도당의 블랑카 오벨라르(50ㆍ여) 후보를 6%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울티마 오라 등 파라과이 현지 언론도 교육부 장관을 지낸 오벨라르 후보가 가톨릭 신부를 지낸 루고 후보를 추격하고 있으나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루고 후보가 당선되면 기존 친미우파 정부가 막을 내리고 좌파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CSM은 정치권의 부패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두드러진 정치적 배경이 없는 정치 신인 루고 후보에 호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루고 후보는 무려 61년간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여당과 자신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고 있다.
루고 후보는 우파정당 급진자유당(PLRA)의 루이스 페데리코 프랑코 고메스를 부통령 후보로 영입, 세를 확대하고 있다. 루고 후보는 “나는 (좌파정당 소속이지만) 중도를 걸으면서 좌우를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루고 후보가 승리하면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밟는 강경 노선이 아니라 룰라 브라질 대통령,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등의 온건 노선을 걸을 것으로 분석했다.
여당의 내분도 루고 후보에게 이롭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여당의 당내 경선에서 패한 루이스 카스티글리오니 전 부통령이 오벨라르를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일부 당원은 전국윤리시민연합의 오비에도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에 무능한 여당의 장기 집권도 국민의 변화를 촉발시킨 요소다.
남미 좌파 국가도 파라과이 대선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강경좌파 3국은 좌파정부 수립에 긍정적이다. 니카노르 두아르테 파라과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루고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인들이 파라과이로 입국하고 있다”며 내정 간섭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온건좌파국가는 루고의 당선에 긴장하는 눈치다. 양국은 파라과이 군사정권 시절 맺은 이타이푸 조약과 야시레타 조약을 바탕으로 파라과이의 잉여 전력을 헐값에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루고 후보가 전력 수출가격 인상을 강력 주장하고 있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의 에너지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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