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쇼트코스 월드컵 3개 대회에서 모두 3관왕을 차지하고 개선한 박태환(19ㆍ단국대)은 국민의 영웅이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모두가 확신하는 듯 했다.
그러나 열 아홉 살 청년 박태환의 겨울은 길고 혹독했다. 자신을 지도해온 전담코치와 소속사가 불화를 일으키며 나홀로 훈련을 해야 했고, 새로운 전담코치진이 구성됐지만 훈련 성과는 예전 같지 않았다.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박태환은 갖가지 행사에 불려 다녔고, 연예인과의 스캔들에 시달렸다.
박태환은 결국 다시 짐을 꾸렸다. 2월말, 박태환은 자신을 10년 넘게 길러준 노민상 경영대표팀 감독을 찾아 태릉선수촌에서 피나는 훈련에 돌입했다. 휴일도 외박도 잊었다. 박태환은 묵묵히 하루에 1만5,000m씩 물살을 갈랐다.
모든 잡념을 잊고 두 달간의 지옥훈련을 이겨낸 성과는 달콤했다. 박태환은 20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0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200m 남자 대학부 결선에서 1분46초26의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기록했던 자신의 아시아신기록(1분46초73)을 0.47초 경신한 것.
이틀 전 자유형 400m 아시아신기록 작성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였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올시즌 나온 자유형 200m 주요 기록 중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1분45초71에 이은 2위 기록. 이 같은 페이스라면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도 메달을 기대해볼 만 하다.
박태환은 21일 곧바로 태릉선수촌으로 돌아간다. 아직도 보완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5월 말까지 지구력을 끌어올린 뒤 6월부터 한달 반 동안 본격적으로 스피드를 끌어 올릴 계획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