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전철을 반복하고 있다.” “과욕을 부린다.” “사고를 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단단히 화가 났다. 최근 혁신도시 재검토, 우열반 허용, 추경예산 편성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이 여당과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돼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다.
당은 1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18일로 예정된 고위당정협의회를 앞두고 권영세 신임 사무총장과 전재희 최고위원, 권경석 정책위 부의장 등 당 지도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장은 곧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참석자들은 “일련의 정부 정책은 민생 현장과 동떨어진 일방 통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참석자는 “전혀 사전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추경예산 검토 방안과 우열반 허용 정책이 마음대로 나갔다”며 “정부 정책들의 방향을 놓고 굉장히 강하게 얘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정부가 일방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예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이 참석자는 또 “과거 대통령직 인수위 때처럼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는) 잘못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당과 청와대에 피해를 주는 일이 최근에 제법 있었다”며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참석자는 “혁신도시 문제를 당과 조율도 하지 않고, 인수위 때와 마찬가지로 조급하게 생각해 실적 위주로 사고를 치는 데 대한 비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혁신도시 정책의 경우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전면 개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날 회의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체계적 당정협의를 위해 실무차원에서 수시로 협의체를 가동하는 방안을 정부에 촉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윤선 대변인은 “민생 민심을 잘 알고 있는 당과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사이에 사전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18일 고위당정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방안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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