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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밀라노 가구박람회/ 가구가 자유자재로 살아 움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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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밀라노 가구박람회/ 가구가 자유자재로 살아 움직이네

입력
2008.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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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전시장 벽면에 성인 키 높이의 육중한 가죽 트렁크가 놓여있다. 가죽 손잡이를 당기자 화려한 화장대(혹은 책상)로 변신한다. 전면 거울과 알찬 수납 및 비밀공간도 드러난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가구브랜드 플로우(Flou)가 올해 선보인 ‘콘도티(condottiㆍ진행)’다. 가구 콘도티의 변신은 과학이다.

보물이 숨겨진 트렁크를 표현하기 위해 알루미늄 틀에 나무를 덧대고, 레이저로 미세하게 다듬은 가죽을 입혔다. 상품기획자(MD)인 마시밀리아노 메시나씨는 “가구의 예술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변형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신기술을 접목했다”고 했다.

#야누스: 꼿꼿이 선 침대의 머리 판(헤드보드)을 아래로 꺾어 내리자 푹신한 등받이용 베개로 얼굴을 바꾼다. TV나 책을 볼 때 편하다. 우리나라의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가 함께 세운 이탈리아 현지법인 자나(ZANAㆍ요람)의 신제품 ‘볼베르(Volverㆍ돌아오다)’ 침대다.

아직 정식 출시되지않았는데도 선(先)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디자이너 쥬세페 비가노씨는 “평소엔 우아하고 클래식한 침대 본연의 모습, 헤드보드를 접으면 편리한 실용의 면모를 갖춘 두 얼굴(야누스)의 침대”라고 설명했다. 매트리스를 45도로 들어올리면 ‘보이지않는 얼굴’(수납공간)도 드러난다.

‘가구는 트랜스포머다. 혹은 야누스다.’

최근 전 세계 가구산업의 두드러진 트렌드는 ‘변신’과 ‘양면성’이다. 16~21일 이탈리아 최대 전시장인 ‘피에라 밀라노’에서 열리고 있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참가업체 2,450곳)는 살아 움직이는 가구의 변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등받이를 자유자재(직선 또는 대각선)로 꽂으면 소파로 변하는 침대, 간단한 조작만 하면 형상기억 소재 침대로 탈바꿈하는 소파, 그리고 장난감 블록처럼 쌓으면 책장, 펼치면 탁자로 변하는 블록형 가구 등이 관객의 발걸음을 붙잡고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가구의 변신은 무엇보다 공간 활용 및 실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동안 붙박이로 쳐 박혀있던 가구가 주인의 손길을 거쳐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과정은 가구가 친구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일상의 발견이다. 특히 투박한 이중기능 시대를 넘어 최첨단 신기술과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를 탑재해 완벽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노(NO) 트렌드’를 표방했던 세계 가구업체가 올해는 ‘트렌드 붐(Boom)’을 일으키는 것도 이번 박람회에서 주목할 점이다. 기존 가구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색깔의 향연, 플라스틱 및 화학소재를 벗어 던진 친환경 소재의 발견 등이다. 밀라노 가구박람회 주관사(COSMIT)의 만리오 아르멜리니 대표는 “상상도 못할 대담한 색감을 담아낸 여성 디자이너의 제품 완성도가 높아진 점도 트렌드”라고 했다.

‘가죽의 귀환’도 눈에 띈다. ZANA의 미노티 스테파노 대표는 “원목의 짙은 색깔, 각진 스타일에서 벗어나 밝은 색감과 곡선의 유려함이 돋보이는 가죽이 마감재로 많이 쓰였다”고 평했다. 이밖에 신고전주의(단순+우아), 자연을 닮은 디자인, 극동의 아이콘(한국의 색동, 일본의 밥상 무늬 등) 적용, 새로운 금속(메탈) 소재의 출현 등이 올해의 가구 트렌드로 꼽혔다.

한국 업체의 참가는 전무했다. 그나마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의 합작 현지법인 ZANA(2005년 설립)가 2년 연속 출품해 체면을 세웠다. 지난해보다 전시공간도 두 배(100㎡) 넓혔고, 위치도 중심관으로 이동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현재 이탈리아에 100곳의 대리점이 있고 서유럽과 동유럽에도 20~30곳 진출해 있다”며 “2년 뒤면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47회를 맞은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전 세계 540개 업체(한국은 5곳)가 출품 대기하고 있을 만큼 세계 가구산업의 메카다.

■ 2008 밀라노 가구박람회를 통해 본 가구 트렌드

변신과 양면성- 완벽한 이중 기능, 신기술 탑재, 공간 활용 및 친근감

색깔의 향연- 활기가 넘치는 원색, 대담한 혼합, 모든 소재에 적용

가죽의 귀환- 다양한 색감, 곡선 처리 등 마감재료로 많이 쓰임

여성 디자이너의 약진- 파격적인 색상을 높은 완성도로 승화

신고전주의- 단순하면서 우아한 스타일

자연을 닮은 디자인- 단순 프린팅을 넘어 자연의 문양을 감각적으로 접목

극동의 아이콘- 한국의 색동, 일본의 밥상 무늬 재현

새로운 금속의 출현- 철 구리 등을 사용한 작품

<도움말: cosmit>

밀라노=글ㆍ사진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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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스침대 "북산 사리원공장 건립 중단 상태"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올해 7월 완공 예정이던 북한 사리원공장 건립이 중단된 상태라고 17일 밝혔다.

안 사장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6월 기공식을 준비하기 위해 입북했다가 북한 측에서 갑자기 부지를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라는 요청을 해오는 바람에 일단 철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북에서 다시 원래 위치(고속도로로부터 100m 거리)에 공장을 세우라는 제안을 담은 문서를 보내왔지만,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5월 북한의 광명성총회사와 자본금 2,000만달러의 합영회사 ‘사리원에이스침대가구’ 설립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밀라노=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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