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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림 속에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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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림 속에 노닐다

입력
2008.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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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지음ㆍ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 엮음/솔 발행ㆍ216쪽ㆍ1만3,000원

고 오주석(1956~2005)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중들의 푸대접을 받기 일쑤인 고미술을 파고든 삶의 이력도 이력이지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와 같은 베스트셀러의 저자도 아니기에 그의 이름은 더더욱 낯설다. 작고한지 3년. 세월의 무심함은 그의 이름을 더욱 익명의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오주석은 마흔 아홉 해의 비교적 짧은 삶을 살았지만 학계에 많은 발자국을 남기고 떠났다. 생전 그가 펴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과 <단원 김홍도> 등은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고미술의 대중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계는 그의 죽음을 못내 받아들일 수 없었나 보다. ‘오주석 선생 유고간행위원회’를 구성, 젊은 미술사학자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 했다. 2006년 2월 함께 나온 유고집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2> 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번에 출간된 <그림 속에 노닐다> 는 2년 만에 나온 3번째 유고집. 오주석의 미공개 글들을 묶었다. 겸손하면서도 담백한 글이 날을 세운 문자보다 얼마나 날카롭고 매서운지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증명한다.

겉모양만을 중시하는 시대의 허풍을 질타하는 한 문단은 특히 인상적이다. ‘우리 시대는 일제 강점기 이래로 겉만 아름답게 꾸미는 천박함에 물들어 있다. 그래서 남원의 춘향 초상과 진주의 논개 영정이 어이없게도 쌍둥이처럼 닮은 얼굴로 그저 곱기만 하다.

더더욱 웃지 못할 사실은 두 초상화의 주인공이 화가의 부인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82쪽) 때론 섬광처럼 옛 것의 소중함에 대해 번쩍 눈을 뜨게 하고, 때론 서늘한 새벽 바람처럼 우리 문화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주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빈자리가 더욱 커보인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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