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게 장기간 반복적으로 심한 욕설을 한 것은 이혼의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99년 결혼한 A(여)씨는 혼인 무렵 남편 B씨와 첫 말다툼을 하다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B씨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B씨는 말다툼 때마다 욕설을 멈추지 않았고, A씨는 남편에게 “욕설을 고치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대응했다. 결국 A씨 부부는 “서로 극단적인 표현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B씨의 욕설은 멈추지 않았다. A씨가 맞서자 B씨의 욕설 수위는 더 높아졌다. 공공장소에서 거침 없이 욕설을 하는가 하면, 여성의 신체를 빗대 모욕감을 주는 욕설까지 했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남편과 자주 다투던 A씨는 급기야 아이와 함께 2005년 친정으로 가 돌아오지 않았고, 양육권을 둘러싸고 남편, 시댁과 다툰 뒤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 안영길)는 20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이혼을 판결하고, 재산은 “A씨는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시가의 70%를 소유하며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6년 정도의 혼인기간 내내 A씨의 요구에도 멈추지 않고 심한 욕설을 해 지속적인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등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며 “오랜 기간 반복되는 심한 욕설은 언어 폭력에 해당하고, 물리적 폭력 못지 않게 상대방의 정신을 황폐화시킨다는 점에서 이혼사유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