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 루시 호킹 지음ㆍ김혜원 옮김/랜덤하우스 코리아 발행ㆍ396쪽ㆍ1만2,000원
지구 저궤도(고도 800~1,500㎞)를 선회하고 있는 각종 물체 사진(4월 17일자 본보 1면)에 사람들은 숨이 턱턱 막혔을 것이다. 우주를 정복해 보겠다는 인간의 욕망은 그토록 누추한 흔적을 남긴다.
루게릭 병으로 젊어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던 물리학의 천재 스티븐 호킹. 우주의 끝을 보았을 이 천재가 처음으로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인간의 꿈과 우주의 비밀을 풀어 보인다. 소설가인 딸 루시가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인간과 우주의 윈윈 게임으로 초대한다. 주인공인 소년 조지가 별은 물론 블랙홀까지 여행하면서 우주의 비밀과 현대 물리학의 내면을 펼쳐 보인다.
각기 개성으로 뭉쳐 있는 등장 인물들이 호기심을 부추긴다. 현대 과학을 깡그리 무시하는 그린비 부부, 슈퍼 컴퓨터를 만드는 천재 과학자, 잘난척 하기 좋아하며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컴퓨터 코스모스, 음모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과학 선생 리퍼 등이다. 그린비 부부의 영리한 아들 조지와 코스모스가 단짝이 돼 문제를 풀어간다. 영어의 몸이 된 천재 과학자가 세상을 향해 내미는 유머의 정신이 책 전체에 스며 있다.
조지가 혜성에 착륙한 대목을 보자. “몸이 아주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주위로 눈을 돌려 돌멩이와 얼음과 눈과 어둠을 보았다. 거대한 눈덩이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별들이 곳곳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지구에서 보았던 반짝이는 빛과는 전혀 다르게 활활 타고 있었다.”(137쪽) 영화 <딥 임팩트> 를 연상케 한다. 딥>
과학자의 글답게 이 소설은 허구(fiction)가 아닌 사실(fact)에 비중을 둔다. 호킹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블랙홀 부분에 대해서는 흥미진진한 허구와 함께 많은 분량의 과학적 정보를 직접적으로 제공한다. 시간은 물론 원근 등 기본적인 물리량부터 이 곳과 정반대인 블랙홀의 세계를 허투루 다룰 수 없다는 과학자의 정신이 읽혀진다.
“블랙홀은 그 안으로 많은 것이 떨어질수록 지평선이 바깥으로 이동한다. 당신이 블랙홀안으로 떨어진다면 세로로 길게 잡아 늘여지고, 옆으로는 납작하게 짜부라질 것이다. 수십억의 수십억년 뒤에는 블랙홀이 사라진다. 따라서 당신은 블랙홀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그가 묘사하는 정반대의 세계다.
호킹은 자서를 책에 남겨 두었다. 그는 글에서 “점점 더 오염되고 과밀해지는 지구에서 우리 자신의 내면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나는 결코 건강을 이유로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인생은 단 한번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다. 모두 3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앞으로 1년에 한 권 꼴로 출간될 예정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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