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가 더 이상 불려지지 않는 시대가 됐지만 작은 자, 약한 자, 학대받는 자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그 정신은 반드시 계승될 것입니다”
식민지 시기의 독립군가로부터 번안곡 중심의 1960, 70년대 저항가요, 비장미(美)가 풍기는 80년대의 민중가요, 내면적 성찰중심의 90년대의 곡까지 민중가요를 시대별로 정리한 <한국 현대 민중가요사> 의 저자 정경은(41)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 조교수는 “음악사나 문화사의 하위분야정도로 민중가요를 다룬 기존연구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본격적인 민중가요사 연구의 작은 토대를 마련했다는데 위안을 받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
저자는 민중가요의 가사와 곡조가 사회운동ㆍ학생운동의 변화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변천했는지, 민중가요를 둘러싼 논쟁은 어떻게 전개됐는지 등 시대와 민중가요의 관계를 깊이있게 파고들었다.
‘한국 기독교 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던 지은이가 민중가요를 연구대상으로 삼게된 때는 90년대 중반. 직업 군인인 남편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녔는데, 짐을 싸다가 우연히 민중문화운동연합에서 발간한 민중가요집 <임을 위한 행진곡> (1987)을 발견했다. 대학시절(86학번)의 추억이 떠올라 무심코 책장을 넘겼는데 의외로 시에서 인용한 가사가 많아 학문적으로 연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소논문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임을>
책이 나오기까지는 난관도 많았다. 대학시절만 해도 손쉽게 구할 수 있던 노래집들이 대부분 사라졌고, 그 많던 노래패들도 명맥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대학 학생회에 연락해보니 “우리도 악보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해 부른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민중가요집을 내던 출판사에 전화를 거니 “이사하면서 버렸다”는 응답을 들어야했다.
2004년께 본격적인 자료수집에 뛰어든 저자는 80년대 노래운동의 거점이던 서울대를 비롯, 충북대, 전남대, 제주도 4ㆍ3연구소, 마산ㆍ창원 노동조합총연합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정씨는 자신은 ‘노래가 곧 무기’인 시대에 대학시절을 보냈기에 이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엄마, 왜 노래에 ‘찔렀다. 쏘았다’ 같은 가사가 나와요”라고 천진스럽게 반문하는 중학생 딸들을 보며 격세지감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앞으로 민중가요 연구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이 책의 각론격인 후행연구들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령 민중가요가사에 나타난 ‘미국’의 표상, ‘여성’의 표상, ‘일본’의 표상 같은 것들이 좋은 연구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민중가요는 ‘가슴이 찢어지도록 사무치는 강산이여,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거부한다며 복종을 달게 받지 않겠다며 굳게 서 있으라’로 시작되는 <의연한 산하> . 그는 “조국에 대한 사랑, 절대 복종을 거부하는 한국민중가요의 전통을 보여주는 곡”이라며 “사회와 체제에 모순이 있는 한 분명히 민중가요가 다시 불리는 시대는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연한>
이왕구 기자 fab4@hk.co.kr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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