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m 지점에서의 마지막 일곱번째 턴을 했다. 왼팔 스트로크를 할 때마다 호흡을 하던 박태환(19ㆍ단국대)은 이 때부터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않았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깨고야 말겠다는 박태환의 강한 의지는 마지막 50m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의 두 팔은 점점 빠르게 돌아갔고, 관중석의 응원 함성 또한 점점 커져 만 갔다.
3분43초59!
전광판을 확인한 박태환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아시아신기록을 1년 여 만에 갈아치우는 순간이었다. 두 손을 모아 잡은 박태환은 감사의 기도를 한 뒤 물 밖으로 나와 관중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박태환은 겨우내 전담코치와 결별한 뒤 나홀로 훈련에 나서는 등 혼란을 겪었다. 각종 행사와 언론의 관심으로 훈련에 전념하기도 힘들었다.
베이징올림픽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지구력은 점점 떨어졌고, 기록은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박태환은 다시 태릉선수촌 입촌을 결정했다. 머리 속의 모든 잡념을 떨쳐내고 훈련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박태환은 자신의 건재를 다시 한번 전세계에 알렸다.
박태환이 자유형 400m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하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박태환은 18일 오후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0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 남자 대학부 결선에서 3분43초59에 터치패드를 찍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훈련 부족으로 지구력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는 역영이었다. 박태환은 200m지점에서 1분51초43으로 세계선수권대회 당시의 구간기록 1분52초87보다 1초 이상 앞서며 신기록 작성을 예고했다. 이후 300m~350m 구간을 28초 플랫으로 끊은 박태환은 마지막 50m를 26초79에 주파하는 믿기 힘든 막판스퍼트를 과시했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지난해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기록했던 3분44초30을 0.71이나 단축한 한국신기록이자 아시아신기록.
박태환은 경쟁자 그랜트 해켓(호주)이 보유하고 있는 올시즌 최고 기록(3분43초15)에 0.44초 차로 바짝 접근하며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명승부를 예고했다. 또 박태환은 이날 역영으로 20일로 예정된 자유형 200m에서도 호기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베이징올림픽을 100여일 앞두고 나온 박태환의 자유형 400m 신기록으로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꿈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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