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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예술의 옷을 입다/ "아트가 숨쉰다, 버튼을 눌러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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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예술의 옷을 입다/ "아트가 숨쉰다, 버튼을 눌러 봐"

입력
2008.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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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처럼 강렬한 붉은 바탕 위에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빛나는 한 떨기 꽃이 보석처럼 활짝 피어 있다. 언뜻 보면 커다란 그림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LG전자가 다음달부터 판매 예정인 이른바 ‘예술 가전’, 즉 ‘아트 디오스’ 냉장고다.

가전이 예술과 만났다. 사각형 일변도의 딱딱하기 그지없던 국내 가전 제품들이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명품 패션 디자이너를 통해 우아한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눈길 끄는 제품이 잘 팔리는 법. 가전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앞 다퉈 예술 가전 제품을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17일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면에 디자인한 3세대 아트 디오스 냉장고 30여종을 다음달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냉장고 전면을 화려하게 수놓은 디자인은 서양화가 하상림, 조형예술가 함연주, 미국 사진작가 스티븐 메이어스와 주디스 맥밀란, 프랑스 화가 버나드 오뜨 등의 작품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크리스탈 가공업체 스와로브스키까지 가세했다.

예술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2006년 8월 국내 최초로 냉장고에 아트 디자인을 적용한 LG전자는 냉장고 내수 매출이 2005년 6,789억원에서 2006년 7,709억원으로 14% 증가했다.

지난해 LG전자가 판매한 양문형 냉장고의 70%도 아트 디오스 제품군이었다. 이영하 LG전자 DA사업본부장(사장)은 “예술 디자인의 효과는 눈길을 사로잡는 힘”이라며 “아트 디오스 덕분에 지난해 냉장고 내수 매출(8,439억원)이 전년 대비 11% 신장했다”고 말했다.

예술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을 앞세운 아트 가전은 한국,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인기가 좋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이 사장은 “유럽과 미국은 스테인리스 강 소재의 견고해 보이는 디자인을 선호한다”며 “디자인도 시장별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유럽에 수출하는 냉장고는 은색이나 검정색의 투박해 보이는 사각형 3도어가 대부분이다.

LG전자는 아트 가전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제품 종류를 늘려 30여개 국가에 아트 디오스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냉장고가 부엌가구와 조화를 이루는 갤러리 키친을 지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세계적인 패션 디자인 업체 아르마니와 공동 기획한 ‘아르마니 삼성 LCD TV’ 46인치와 52인치 2종류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구박람회에서 공개했다. 양 사가 지난해 9월 전략적 마케팅 제휴를 맺고 공동 개발한 이 제품은 아르마니 특유의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TV로는 특이하게 피아노 표면처럼 반짝거리는 검정색의 고광택 천연 원목 프레임을 사용해 중후하면서도 아르마니 디자인의 특징인 간결함을 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레임 제작 과정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명품 가구처럼 TV를 만들었다”며 “아르마니 로고를 전면에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수작업을 거치는 만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일반 LCD TV에 비해 생산량이 제한된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가격은 미정이지만 프리미엄 중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일반 LCD TV보다는 가격이 비쌀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올 하반기 국내를 비롯해 유럽, 러시아 등지의 전자매장과 아르마니의 인테리어 전문매장인 아르마니 카사 유통망을 통해 출시된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LCD TV에서 발생하는 잔상을 줄이기 위해 120㎐ 영상주파수를 사용해 초고화질(풀HD) 영상을 구현했고, 시청자가 원하는 각도를 TV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아르마니의 세련된 디자인과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결합돼 명품 가전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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