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삼성 특검팀의 17일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 여론은 뚜렷하게 갈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고발했던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입을 모아 수사결과가 “법과 절차를 무시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보수 성향 단체들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수용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건호 경제정책부장은 “면죄부 수사”였다고 혹평했다. 그는 “특검은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달라는 국민 요구에는 눈과 귀를 닫고 삼성 편 들기에만 열을 올렸다”며 “이번이 잘못된 경제ㆍ사법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특검이 그 기회를 앗아갔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1,100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이 회장을 불구속한 것은 같은 혐의로 구속됐던 다른 재벌 기업 회장의 전례와 비교해도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특검 결과를 존중하며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국익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을 더 이상 흔들지 말고 이제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사무총장은 “장기간 수사를 통해 도출한 결과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게 좋겠다”며 “수사 결과를 두고 더 이상 소모적으로 논란을 벌이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 수사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회사원 김영준(31)씨는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삼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수 많은 경제 분야에 적지 않은 손실을 가져왔다”며 소모적인 논쟁의 종식을 촉구했다.
취업준비생 황상범 (27)씨는 “기업의 잘못은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긍정적인 부분들이 평가절하 된다면 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삼성이 우리 사회의 고용 측면에서 기여한 부분을 고려하면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기업이 애를 먹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 회사원 김남규(28)씨는 “법 적용이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특정계층에 대한 법의 기준이 흔들리면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우리 사회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원생 김은희(26ㆍ여)씨는 “삼성에 대한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그 동안 삼성이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력을 고려했다”며 “사회복지 사업 확대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더 투명하고 민주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며 삼성의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회사원 박흥범(50)씨는 “대기업은 우리 경제를 맡는 버팀목 중 하나”라며 “기업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며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함께 사회적 책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김성환 기자 강희경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