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5일 이후 근 8개월 만이었다. 선발로 마운드에 선 정민태(38ㆍKIA)는 오랜만에 밟고 선 1군 선발 마운드보다 붉은색의 KIA 유니폼이 더 어색했다.
1992년 태평양에 입단, 1996년 현대 출범과 함께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였다. 1999년 20승을 거두며 한국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정민태는 현대를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연봉 3억1,080만원에서 2억4,000만원 이상이 삭감된 연봉 7,000만원에 KIA와 계약한 정민태의 첫 선발 등판은 그의 처지 만큼이나 초라했다. 정민태는 1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3과3분의2이닝 동안 5안타 6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3회까지 무안타로 한화 타선을 꽁꽁 묶은 정민태는 4회 들어 갑자기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윤재국에게 안타를 내준 뒤 클락과 김태균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만루위기에 몰렸다. 이어 이범호에게 우익수 앞 안타에 이어 김태완에게 좌월 장외 만루홈런을 얻어맞았다. 이후 김민재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 이영우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주며 6점째를 내줬다. 정민태는 마운드로 걸어 나온 조범현 감독에게 힘없이 볼을 건네주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정민태는 덕아웃에서 자신보다 17세나 어린 한화 류현진의 호투를 바라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했다. 류현진은 8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으며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한화의 김태완은 4회 무사 만루에서 정민태의 3구째 체인지업을 정확히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는 120m짜리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올시즌 3호 만루홈런이자 개인 통산 첫 만루홈런. 한화는 류현진의 호투와 김태완의 만루포를 앞세워 4연승의 고공 행진을 이어간 반면 4승13패의 KIA는 속절없이 최하위에 머물렀다.
대구에서는 선발 웨스 오버뮬러가 7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 제이콥 크루즈가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는 등 용병들의 활약 속에 삼성이 LG를 7-2로 완파하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롯데는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손민한의 7이닝 2실점(1자책) 호투와 이대호의 4타수 2안타 4타점 불방망이에 힘입어 9-2 대승을 거뒀다. 롯데 카림 가르시아는 6호 홈런으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이날 목동구장에는 개장 이래 최다인 7,797명의 관중이 들어차 '롯데효과'를 실감케 했다. 잠실에서는 선두 SK가 두산을 6-3으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허재원 기자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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