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설치미술가 아네트 메사제(65)의 대규모 회고전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메사제는 사진장르에서 출발해 설치미술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프랑스 여성 작가.
박제된 새나 봉재인형, 섬유 등 일상적인 매체들을 통해 여성성을 드러내는 그는 여성 특유의 혼란과 긴장, 모순을 유쾌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짚어내는 작가로 평가 받는다.
회고전답게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메사제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선보인다. 1971년작 ‘기숙생들’은 박제된 참새와 작가가 만든 가짜 참새 수십 마리에 털실 옷을 입혀 쇼케이스에 진열해 둔 작품. 털실 옷은 모성애와 속박을 동시에 의미하며 여성성의 새로운 좌표가 어느 지점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카지노’는 가로, 세로 12m인 붉은 실크 아래 각종 소품들이 배치된 작품으로, 기계장치가 바람을 불어넣으면 부풀어오른 붉은 천 아래로 다양한 모양의 소품들이 마치 인어공주가 살던 수중 왕국처럼 현란한 빛을 내뿜는다. 붉은 실크는 자궁을 의미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
거울받침에 올려져 천장에 매달린 박제 동물들(‘그들과 우리, 우리와 그들’)과 팔과 다리 만으로 ‘RUMEUR’라는 글자를 구성하고 있는 봉재인형(‘소문’) 등 많은 작품들이 잔혹동화가 펼쳐지는 놀이공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섬뜩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엉뚱하면서도 기괴한 작품들이다.
2007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렸던 회고전을 바탕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핀란드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왔으며, 이후 일본 모리미술관과 영국 헤이우드갤러리를 순회할 예정이다. 6월15일까지. 관람료 3,000원. (02)2188-6114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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