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제시카 알바나 권상우 같은 몸짱을 만난다면 어디부터 눈길이 가는가.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어딜 한 번 만ㆍ져ㆍ보ㆍ고 싶은가. 얼굴? 가슴? 엉덩이? 그렇다면 당신은 ‘몸’에 관해 아직 구순기와 항문기 사이에 있다.
선수라면 당연히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당근, 배!” 인간의 육체가 빚어내는 아우라의 팔할은 여섯 덩어리의 근섬유 뭉치, 복근에 있다.
흔히 ‘식스팩(six-pack)’으로 불리는 복근은 복직근이라는 한 쌍의 근육이다. 이것은 배꼽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며 수직으로 뻗어 있는데, 건획(腱劃)이라는 중간건에 의해 수평으로 4등분된다.
엄밀히 말하면 식스팩이 아니라 에잇팩(eight-pack)이다. 그러나 치골에 붙은 마지막 팩까지 돌출시키는 것은 범인이 넘볼 수 없는 경지. 여섯 조각의 초콜릿 문양, 혹 왕(王)자만 새겨도 몸짱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진정한 몸짱의 기준이 왜 복근일까. 이해를 위해서 복근이 지닌 해부학적ㆍ미학적 위치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피트니스 클럽에 가면 운동하는 순서가 있다. 트레드밀 위에서 땀을 빼고 난 뒤 차례로 팔과 어깨, 가슴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 머신 아래서 끙끙댄다. 이 순서는 신체의 노출빈도, 또는 육체의 시각적 과시 욕구와 일치한다.
일단 군살 없는 날씬한 몸을 만든 뒤 울끈불끈한 팔뚝과 딱 벌어진 어깨를 갖고 싶은 것이다. 복근 운동은 맨 마지막에 하거나 흔히 생략된다. 가수 비처럼 무대 위에서 티셔츠를 찢는 해프닝을 하지 않는 한, 복근을 내보일 일은 거의 없으니까.
따라서 탐스러운 식스팩은 몸 만들기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며, 진정한 몸짱임을 보증해주는 증표다. 몸짱으로만 알았던 스타들의 몸도 복근을 기준으로 따지면 판판이 2등급이나 3등급 육질 도장이 찍히고 만다.
송승헌이나 비, 이효리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외사근(복부의 옆구리 근육)이 빈약하거나 가슴부터 허리까지가 미끈덩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기계체조 선수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미학적으로도 복근은 이상형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는 부위다. 마네킹이 실제 인간의 모습과 가장 다른 부분은 흔히 얼굴 크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복부의 이상화도 얼굴 못지 않다. 복사근이 발달되고 장골능뼈가 불쑥 솟은 다비드 상, 명치 끝부터 배꼽까지 부피감이 체감하는 예쁜 고랑이 팬 여성 마네킹은 모두 현실과 먼 이데아의 세계. 인간의 미적 기준은 유독 이 부분에서 타협이 없다. 어깨가 왜소한 마네킹은 용서가 되지만, 배가 나온 마네킹은 곧바로 소각장으로 간다.
복근의 진정한 오묘함은 만인에게 평등한 근육이라는 점에 있다. 얼굴 생김새는 90% 이상 타고 나야 한다. 다리의 각선미도 물려받은 체질에 따라 절반 이상 좌우된다. 팔뚝이나 가슴의 볼륨감도 골격 구조와 유전적 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복근은 다르다. 가장 만들기 힘든 근육인 반면, 노력만 하면 누구나 예쁘게 만들 수 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외모의 모델들이 멋있게 보이는 것도 완벽한 복부 라인에 힘입는 바 크다.
따라서 진짜 몸짱, 뭘 걸쳐도 다 받아주는 모델 같은 몸의 소유자가 되고 싶다면 복근에 집중해야 한다. 쓸데없이 성형수술에 버리는 돈과 스트레스의 10분의 1이면 진짜 멋쟁이가 될 수 있다. 외적 아름다움이 곧 힘인 자기표현의 시대, 바야흐로 복근이 권력이다.
<도움말> 조용진 한남대 교수(미술해부학) 도움말>
유상호기자 shy@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 복근은 건강의 '푸른 신호'
요즘의 식스팩 단련 열풍은 비록 '이미지 메이킹'을 우선한 것이라 하지만 보기에 좋아지는 복근은 누가 뭐래도 건강 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다져진 복근은 몸의 반대편에 위치한 척추와 척추를 둘러싼 근육의 힘도 함께 길러준다. 이는 역으로 말하자면 허리의 힘이 약한 사람은 복근의 힘도 세지 못하다는 의미가 되며, 꾸준한 식스팩 단련으로 허리 힘을 키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또 복부 근육이 단단해지면 내장기관을 받쳐주는 근육이 강해지므로 소화기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그래서 식스팩이 선명한 사람일수록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일이 적다고 한다.
연예인 퍼스널 트레이너로 유명해진 <간고등어 코치 왕자를 부탁해> 의 저자 최성조씨는 "복부 근육은 몸의 다른 근육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복부가 튼튼해지면 그 외의 근육도 함께 단련됐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간고등어>
하지만 잘못된 상식에 의존해 복부 단련을 할 경우 자칫 부작용을 부르거나 운동한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씨는 "몸 전체를 움직이는 운동으로 복부를 단련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며, 운동횟수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허리가 불편한 사람은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버티는 등척성 운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복부에 집중하는 운동은 내장지방을 분해시켜 복부 비만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다. 배 근육이 탄탄해지면 내장지방이 쌓일 공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내장지방이 연소되면 심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고, 만에 하나 개복수술을 했을 때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복부에 지방이 쌓일수록 근육이 줄고 성능력도 떨어지는 만큼 특히 중년남성에게 있어 복부근육 관리는 이미지를 떠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내장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이유는 나이, 과식, 운동부족, 유전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복부 비만인 경우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관리하면 다른 곳보다 내장지방이 우선적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 움직여라… 王자 만들려면
배 위로 언덕과 계곡의 선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식스팩은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탄탄한 복근에 대한 지독한 열망은 ‘王자 성형수술’까지 등장시켰다.
그러나 성형수술은 영혼을 팔고 싶을 만큼 식스팩에 목매는 사람을 위한 최후의 수단일 뿐. 적절한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요법만이 건강한 식스팩을 완성한다.
■ 체지방부터 줄여라
솟아오르는 뱃살의 주범은 지방이다. 복근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당연히 지방 제거. 복근이 희미하게나마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체지방의 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복근이 드러날 정도의 체지방이면 신체의 다른 근육들도 도드라지게 된다. 결국 복근은 근육질 몸매의 종착지인 셈이다.
지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 속 운동이 기본이다. 호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과체중이 될 확률이 68%나 높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체지방은 늘어나고 그만큼 ‘배둘레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근사한 식스팩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말고 쉴새없이 움직이며 체지방을 줄여야 한다.
비마인드 대표인 트레이너 최성조씨는 “평소 복부에 긴장을 계속 가하는 게 좋다”며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하면 운동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체지방 감소를 위해서는 음식 조절도 중요하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유제품, 채소, 과일, 지방 등 음식을 6개의 그룹으로 나눠 칼로리 관리를 해야 한다.
단맛에 빠져드는 것은 절대 금물. 단맛이 사무친다면 신선한 과일로 당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 야식과 음주도 식스팩의 적이다. 물은 하루 1.5리터씩 꼬박꼬박 마셔야 한다. 특히 운동으로 땀을 흘린 날은 신체에 물 2리터는 공급해야 한다.
■ 1주일에 4시간만 투자하라
아름다운 식스팩을 위해 전문가들이 권하는 운동시간은 일주일 최소 3~4회, 주당 총 4시간이다. 트레이너들은 특별한 도구 없이도 배 위에 아름다운 굴곡을 새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크런치(Crunch)와 레그 레이즈(Leg Raise), 바이시클 크런치(Bicycle Crunch), 풀랭크 풀(Plank Pull)이 효과 높은 복근 강화 운동법으로 평가받는다. 이들 운동은 15회를 1세트로 하루 3세트씩 하는 게 좋다.
크런치는 바닥에 누워 무릎을 세우고 발바닥을 바닥에 고정시킨 후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가 내리는 게 기본 동작. 양손을 머리 뒤로 두고 시선을 45도 각도로 유지하며 천천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야 한다.
레그 레이즈는 바닥에 누워 차렷 자세를 취한 후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게 양 다리를 들어올렸다 다시 내리는 운동으로 하복부 강화에 효과가 있다.
바이시클 크런치는 바닥에 누워서 오른쪽 다리를 10~15㎝ 정도 수평으로 올리고 왼쪽 발은 45도 각도로 세운 뒤 오른쪽 어깨를 왼쪽 무릎 쪽으로 가져가는 게 기본 동작이다.
오른쪽과 왼쪽의 방향을 번갈아 반복한다. 짐볼(gym ball)을 이용한 풀랭크 풀의 기본 자세는 푸시업 자세. 팔을 두 어깨 아래로 일직선이 되도록 하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는다. 짐볼을 두 다리에 얹고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다. 두 다리를 처음 자세로 곧게 펴주며 이완과 수축을 반복해야 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 운동 않고 기구로 복근 탄탄 "글쎄요"
집에 가만히 앉아서 하루 15분만 기계를 작동시키면 복근이 만들어진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복근 운동 기구의 달콤한 유혹에 대해 퍼스널 트레이너들은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Aiden's 퍼스널 트레이너 팀’ 리더 이상준(30)씨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고안된 복부 운동 기구들이 임상실험을 통해 운동 효과를 입증 받았지만 기구의 특성과 사용법 등에 유의하지 않고 무조건 의존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벨트형 복부 운동 기구는 가정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모터나 초음파의 진동을 이용해 복부 근육을 수축ㆍ이완시키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맨몸 복부 운동에 비해 이완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복부 마사지만으로 체지방 분해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전문가들은 체지방을 태우기 위해선 근육 운동을 통해 신진대사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태엽 튜빙 등의 미끄럼을 이용한 슬라이드형 기구는 복부 근육의 이완 운동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걸레로 바닥을 닦듯 기구를 죽 밀었다 당겼다 하는 반복 동작인데, 자칫 잘못하면 이는 허리나 어깨, 무릎에 무리를 주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특히 초보자들은 수축과 이완 운동을 같은 힘의 비율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복근 단련을 목적으로 하는 중급자들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목과 등에 받침을 대고 사용하는 지지대형 기구는 부상을 막아주는 장점이 있지만 자세를 고정시킴으로써 오히려 복부 전체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단점이다. 초보자들은 무의미하게 동작만 반복하다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고도 비만이라 복부 운동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손의 힘으로 운동하기 좋다.
이현정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