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바둑계 젊은 승부사들의 평소 생활 모습과 바둑판 뒤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전하는 '이민진 프로의 生生 밀착 토크'를 시작합니다.
이민진(5단)은 1984년생으로 1999년에 입단, 지난해와 올해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서 파죽의 8연승을 거두면서 한국 팀의 대회 2연패를 이끌었읍니다.
여행과 영화 보기, 글쓰기가 취미로 젊은 기사들의 연구 모임인 소소회 총무를 오랫동안 맡는 등 바둑계에서 폭넓은 교우 관계를 맺고 있읍니다. 바둑팬 여러분의 많은 성원바랍니다. 이 컬럼은 '한게임바둑'에서도 볼 수 있읍니다.
독사란 별명이 붙은 지도 꽤 오래 됐다. 이제 웬만한 바둑팬들은 그 별명이 철한이의 바둑에만 적합하다는 걸 다 안다. 어릴 때부터 순했던 철한이는 요즘도 너무너무 따뜻하다. (어릴적 사진만 봐도 정말 순둥이같죠? .)
철한이는 독사란 별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순둥이란 별명을 좋아할 거 같지도 않고. 이제 새로운 별명을 지어줄 때다. '최철한 별명 공모전'이라도 한 번 열어볼까.
철한이는 권갑룡 도장 출신이다. 지금도 인기가 여전하지만 어린 시절 도장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독일에서 보급 활동을 하고 있는 윤영선 프로는 철한이가 아주 예뻐 죽는다. 요즘도 어딜 가나 철한이를 예뻐하는 누나들이 꼭 한두 명씩 생긴다. 은근히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린 면 때문에 누나들이 챙겨주고 싶어 하고 아껴주는 거 같다.
난 84년7월생, 철한인 85년3월생. 엄연히 내가 위인데 자기는 '빠른 85'라며 아직도 "망순아, 망순아" 이런다. 지난 8년여 동안 '누나'와 '친구' 사이에서 티격태격 싸웠지만 지금 상태를 보면 결국 내가 진 거 같다. (이제라도 누나로 인정하지 그래.)
한동안 언론에서 철한이의 성적 부진을 갖고 말이 많았다. 한때 '파죽지세'였던 철한이기에 현재 성적이 충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바둑을 평생 업으로 해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승부란 끝없이 계속된다는 걸. 오늘 큰 시합에서 우승했더라도 다음날 바둑을 지면 또 자신감이 떨어지고 풀이 죽고, 그러면서 몇 판 계속 지다 보면 자신감이 확 꺾일 수도 있는 것이다.
"최철한이 요즘 갑자기 왜 그렇게 져요?'' 이 질문을 나도 많이 들었다. 본인은 얼마나 지겨울까.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하지만 그런 건 없다. 다시 자신감을 찾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걸릴 뿐이다.
요즘 철한이는 행복하다. 모든 세상일이 그렇듯 1등은 1등대로, 꼴등은 꼴등대로 힘든 게 있고 좋은 것도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간혹 시합을 질 땐 마음이 많이 안 좋겠지만 평소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모습이다.
아직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오늘 져도 또 내일이 있으니 언제나 희망이 있다. 랭킹 3위에서 13위가 됐지만 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1승, 1승 자신감을 회복해 나간다면 예전보다 더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철한이'에게 변함없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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