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이, 국제분쟁의 수단으로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한다고 명시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일본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언제든지 자위대 파병을 추진할 수 있는 ‘자위대 해외활동 항구법’ 제정을 추진 중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 나고야(名古屋) 고등재판소는 17일 아마키 나오히토(天木直人) 전 레바논 주재 일본대사와 나고야 시민 등 1,122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자위대 이라크 파견 위헌 및 파견 중지 항소심 판결에서 “항공자위대의 공수 활동은 헌법 9조 1항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아오야마 구니오(靑山邦夫)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다국적군의 무장 병력을 전투지역인 바그다드에 수송하는 것은 무력행사와 같은 행동”이라며 “이는 정부가 항공자위대 파병의 근거로 삼고 있는 이라크부흥특별조치법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항공자위대 파견이 원고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파병 중지와 원고의 1인당 1만엔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1심에서 나고야지방재판소는 “구체적인 권리나 의무에 대한 분쟁이 아닌 만큼 소송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각하했다.
원고단은 이라크부흥특별조치법에 따라 정부가 2004년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하자 그 해부터 2년 여에 걸쳐 “헌법이 보장한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일곱 차례나 냈다. 1심에서 각하 판결이 나오자 원고의 일부가 다시 집단 항소했다. 변호인단은 같은 내용으로 지금까지 일본 전국 11개 재판소에서 12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바그다드공항 등은) 비전투지역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항공기의 수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항공자위대 파견을 재검토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이라크에 파병했던 육상자위대를 2006년 철수했지만 항공자위대 약 200명을 쿠웨이트 버지니아캠프에 주둔시켜 미군과 군수물자 수송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자민당은 국제협력을 명분으로 특별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언제든 자위대를 해외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법인 ‘항구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전쟁 도발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담아 1946년 공포된 일본 헌법은 제9조에서 ‘국권 발동으로서의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방기(放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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