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계의 대표적인 중견작가인 서양화가 김홍주(63ㆍ목원대 교수)와 조각가 정광호(49ㆍ공주대 교수)의 2인전 ‘Natura’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5일부터 열린다. 김홍주의 회화 21점, 정광호의 조각 24점이 ‘따로 또 같이’ 걸리는 전시다. 두 사람은 어떤 사이길래 함께 전시를 여는 걸까.
■ 김홍주: 화면 위에 새긴 모세혈관
김홍주의 그림은 솜털을 촘촘히 박아넣은 것 같은 세필이 특징이다. 현미경적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세밀한 붓자국은 모세혈관처럼 화면에 피돌기를 자극한다. 멀리서 보면 뿌연 형상이지만 가까이 마주 서면 잉크가 번지듯 이미지가 돋아난다.
대상을 정밀하게 재현하기보다는 세밀한 세부묘사를 통해 실재와 환영의 긴장을 드러냄으로써 우직하도록 그리기의 본질에 천착하는 작가로 평가 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차분하고 침착한 색조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부분 속에서 길을 잃게 만드는 세필이 눈에 주는 피로에 오래 시달려온 탓이다.
왜 세필을 고수하냐는 질문에 작가는 “넓적붓으로 그리면 표면이 메워지는 반면 세필로 그리면 천 자체와 선이 맞닿으면서 생기는 다른 감각들이 있다”며 “그걸 즐긴다”고 말했다.
몇 달씩 매달려 실낱 같은 선을 그리고 있으면 신경질과 부아가 치밀만도 하건만.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힘들죠. 그래도 신경질 나는 건 없어요.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패턴이 없이 되는 대로 그리니까.” 그래서 자연, ‘내추라’다.
■ 정광호: 선으로 엮은 회화 같은 조각
구리선을 짧게 잘라 반복적 문양으로 땜질해 이으며 꽃잎과 나뭇잎, 항아리, 물고기 같은 형상을 재현하는 정광호의 조각은 독특하게도 가벼움과 평면성을 지향한다.
구리선으로 공간을 드로잉하는 그의 조각은 단속적인 선들을 무수히 이어가며 형상을 만든다는 점에서 회화적이다. 조각의 편견인 질량과 부피를 최소화한 가볍고 투명한 조각들은 실재인 듯 환영 같고 환영인 듯 실재 같다.
비조각적인 조각을 하면서 왜 조각이라는 양식을 고수하는지 묻자, “그림을 그리고 싶어 죽겠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색을 섞을 수도 없고 재료와 구조의 한계를 많이 느낀다”는 것. 조각인지 회화인지 헷갈리는 독특한 조형물들이 탄생한 연원일 듯하다.
■ 김홍주와 정광호: 세대차이 빼곤 모두 비슷한
고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두 사람의 공통점: 유사한 이미지 모티프를 사용한다, 대전에서 활동한다, 회화와 조각의 본질에 지독하게 천착한다, 선으로 형태를 빚는다, “돈이 없어 지독한 노동량으로 때운 것”이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다, 충청도 사투리가 정겹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함께 전시를 한다. 다음달 18일까지. (02)720-1020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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