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혼 및 재혼설을 보도했던 신문사가 결국 문을 닫았다. 크렘린의 화를 돋운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혼 및 체조선수 출신 국가두마 의원 알리카 카바예바(24)와의 결혼설을 기사화한 러시아의 타블로이드 신문 모스코비치 코레스폰덴트가 19일 발행 중단을 발표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스캔들을 강하게 부인한 지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신문사 경영진이 곧바로 간판을 내린 것이다. 신문사측은 “정치와 상관없는 경영상의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사람들은 크렘린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올해 2월 부인 류드밀라(50)와 이미 이혼하고 카바예바와의 혼인신고까지 했으며 6월 15일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라고 11일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은 이를 다루지 않았지만 영국의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이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세계적 화제가 됐다. 급기야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 방문 도중 기자회견에서 “한 단어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항상 남의 사생활을 뒤지면서 에로틱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자들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며 발끈했다.
이번 보도로 직장을 잃고 벌금까지 물게 된 그레고리 네흐로보셰프 편집장은 “나는 우리가 금기를 깨뜨리기 위해 이 이야기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여전히 그 보도에 관해 우리 기자들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분석가인 올레그 판필로프는 “이번 소동은 러시아 언론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권력이) 한번 으르렁 거리면 곧장 식탁 밑으로 숨어버릴 정도로 아주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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