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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150만 시대/ <上> 외국인 밀집촌, 원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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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150만 시대/ <上> 외국인 밀집촌, 원곡동

입력
2008.04.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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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수가 대한민국 인구의 3%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103만 명으로 추산하지만,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단기ㆍ불법 체류자까지 합하면 15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외국 인력 도입을 확대하면서도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안을 것인지, 아니면 막아 설 것인지, 포용과 규제의 갈림길에 선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과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16일 오후 8시, 경기 안산시 안산중앙실업학교 부근 폭 10m, 길이 300m 도로는 말 그대로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중국, 몽골, 베트남, 필리핀,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러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거리를 활보했다. 한국인 고용주의 눈치를 보던 낮 동안의 긴장은 오간 데 없이 모두 활기에 넘쳤다.

제법 취기가 오른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은 노래방 출입구에서 한국인 주인과 흥정을 벌이고, 터번을 두른 서남아 노동자들은 정육점에서 한 근에 3,500원인 값싼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를 고르고 있었다. 한글 간판보다 간자체 한문 간판이 더 크게 붙은 상점 밀집지역에서는 조선족들이 공중전화를 붙잡고 유창한 중국말로 현지 가족과 통화하며 눈시울을 훔치고 있었다.

행정 구역으로는 안산시 원곡본동에 속하는 이 도로는 속칭 '외국인 거리'로 더 유명하다. 외국인 3만2,000명, 한국인 2만2,000명의 분포가 말해주듯 이 곳의 주류는 외국인이고, 한국인은 '마이너리티'다. 주말에는 인근 화성, 시흥, 서울에서 몰려온 외국인들 때문에 일시적으로 외국인이 5만명을 넘어서는 곳이다.

한국인들의 선입견 때문인지 외국인의 폭력과 살인이 빈발하는 무법지대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중국인이 30대 한국인 내연녀를 살해하고, 불법체류 노동자가 자신을 신고한 한국인에게 염산을 뿌린 사건으로 한국인은 범접할 수 없는 '범죄 해방구'라는 불명예를 얻었지만, 실제 거주하는 한국인과 경찰들은 기자가 찾은 16일처럼 평온하고 인종간 갈등이 없는 모습이 이곳의 참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거리'에서 조그만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69ㆍ여)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 불안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똑같은 사람인데, 무서울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11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집세ㆍ식료품비를 내고도 50만원 가량을 저축하는 알뜰한 사람이 외국인 노동자라고 칭찬을 했다. 치안을 맡은 원곡지구대의 한 경찰관도 "다른 곳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올들어 3월까지 원곡지구대에 접수된 112 신고는 3,190건으로, 한국인만 사는 인근 고잔지구대(4,989건)나 선부지구대(4,203건)보다 적다. 안산시 외국인 범죄율(1.5%ㆍ2006년 기준)도 우리나라 전체 범죄율(총인구 대비 범죄건수ㆍ3.5%)보다 낮다.

그러나 한국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현상은 이 지역의 이질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90년대 3만명이던 한국인은 2008년 2월말에는 2만2,000명까지 줄었다. 지역 상권이나 편의시설이 외국인 위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일대 식당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구매력이 한국인을 압도하면서 주요 식당이 외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취향의 유흥업소들이 거리를 장악하면서 초중고생 대상 사설학원이 사라진 것도 한국인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고향을 등지게 하는 주요인이다.

일부 주민들은 낯선 나라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의 각박함을 '한국인 탈출'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 곳에서 22년간 과일과 쌀을 팔고 있는 이모(55)씨는 "말도 안 통할뿐더러, 한국인을 경계심을 갖고 대하기 때문에 친해지기 어렵다"며 "외국인 상대 영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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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범죄 급증엔 두 목소리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150만에 육박하면서 이들과의 공존, 또는 이들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일단 이들이 집단 거주지를 형성해 한국인과 마찰을 빚고 이들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공존보다는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 세력화하면서 한국인과의 마찰 및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2003년 6,144건이던 외국인 범죄는 2007년 1만4,524건으로 2.36배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노동자가 67만8,687명에서 103만1,757명으로 1.52배 늘어난 것보다 증가 추세가 훨씬 높은 것이다.

지난달 경기 양주시에서 필리핀 불법체류자가 12세 여중생을 잔인하게 살인한 뒤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노동자 대책 시민연대 관계자는 “노동시장을 교란시키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단속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외국인 밀집 지역의 한 경찰관도 “인권문제를 이유로 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이 금지됐는데, 이건 한국인이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며 “불법 체류자가 살인을 저질러도 지문이 없어 범인을 잡아낼 수가 없다”며 더 강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물론 규제보다는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호받기 위해 만든 ‘이주노동자 조합’ 이정원 교육선전 차장은 “불법체류자 단속이 너무 심해 합법적 신분의 노동자마저 무서워 할 정도”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외국인 노동자가 활개를 쳐서 문제라는 지적은 과장이 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사정책연구원 박경래 박사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내ㆍ외국인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조건 범죄집단으로 낙인 찍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면서도 “한국인들과 같은 조건에서 수사가 가능하도록 거주지나 지문 등 인적 정보를 관리하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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