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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세 명의 전직과 두 명의 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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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세 명의 전직과 두 명의 현직

입력
2008.04.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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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임기를 9개월 여 남겨 놓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인기 하락은 측은하게 여겨질 지경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4월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28%로, 임기 중 최저치를 또 갈아 치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한 데다 최근 이라크전 전황이 다시 악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4월 중순 실시된 워싱턴포스트-ABC 방송 여론조사에선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부시 대통령의 능력을 불신한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 부시 대통령, 한국이 부러울까

떠나는 발걸음이 자못 무거울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미 뉴욕타임스의 10일자 기사는 ‘희소식’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처럼 임기말 지지율이 30%를 밑돌았던 노 전대통령이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뒤에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주중에는 수 천명이, 주말에는 2만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 집 앞으로 몰려와 “밖으로 나오세요”를 외친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도 퇴임 후 고향 텍사스의 크로포드 목장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낙향 후 오히려 인기가 오르는 노 전 대통령의 상황을 때로 부러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말하자면 부시 대통령의 경우는 퇴임 후 일상생활이 그렇게까지 미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노 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된 것은 어쨌든 반가운 일일 수 있으나 그것은 그런 전직 대통령이 처음이어서 나타나는 다분히 한국적인 현상일 뿐이다. 노 전 대통령처럼 소속했던 정당이 대선에서 패하는 심판을 받든, 아니든 부시 대통령이 퇴임 후 크로포드 목장의 울타리를 손수 고친다고 해도 그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인기 있는 ‘관광 자원’이 됐다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인기가 전직 대통령의 바람직한 퇴임 후 활동이나 역할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면에선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섰을 뿐이고, 그의 주특기인 것처럼 보이는 정치 이외에 다른 무엇으로 국민을 감동시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인기가 주목을 받았으나 전직 대통령의 활동을 얘기할 때 ‘인기’여부가 잣대가 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 믿음을 실천하는 두 전대통령

인기와는 관계없이 자신이 믿는 바를 마치 소명인 것처럼 실천해가는 두 전직 대통령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일 부시 미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방미해 포틀랜드, 보스턴 등에서 예의 ‘햇볕정책’을 설파하는 강연활동을 했다.

햇볕정책 자체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이 이를 평생의 업으로 붙들고 가려는 모습은 분명 한국의 ‘자원’이라고 봐야 한다. 역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중동의 평화’ 중재자 역할을 자임, 부시 정부 및 미 유대인 사회의 반대와 신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18일 팔레스타인 강경파인 하마스 최고 지도자와 회담했다.

19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워싱턴을 떠난 이 대통령의 퇴임 후 모습을 생각해 보는 것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 욕심이 많다는 이 대통령이 권력에 취하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려면 부단히 퇴임 이후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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