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인들의 티베트 사태 및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공세에 대한 중국의 역공이 매섭다.
19일 중국인들은 중국 국내는 물론 런던 파리 등 세계 곳곳에서 티베트 독립 반대 및 베이징(北京) 올림픽 지지 시위를 했고 명분 싸움에서 구미 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미의 공세에 눈을 감거나 외면하던 과거와는 다른 대응이다.
중국인들은 특히 막강한 구매력과 거대 시장을 무기로 티베트 망명정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계 까르푸 에 대해 불매 운동을 전개하는 등 구체적인 실력 행사로 구미의 공격에 맞서고 있다.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정면 대응하는 이런 현상은 중국의 국력 및 위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19일 파리에서는 6.000~7,000명의 친 중국 시위대가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올림픽을 성원하는 시위를 했고 베를린에서도 2,800여명이 구미 언론의 반중 보도를 성토했다. 영국 맨체스터의 BBC뉴스 본사 앞, 런던 의사당 앞,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애틀랜타의 CNN 사무실 앞 등에서도 같은 성격의 시위가 잇따랐다.
중국 국내에서는 19, 20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전, 우한(武漢), 칭다오(靑島) 등에서 까르푸 불매시위 및 반 프랑스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까르푸 불매’ ‘올림픽 지지’ ‘티베트 독립 반대’ 등의 피켓을 들었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집회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중국 주권과 직결된 티베트 문제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애국심을 발휘한 것이다. 시위대는 구미 언론 보도에 강한 반감을 표시, 무분별한 중국 때리기에는 서슴없이 명분 싸움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막강한 시장을 방어 무기로 사용하는 중국의 실력 행사도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122개 매장을 둔 까르푸의 최고경영자 호세 루이스 두란은 “우리는 현지의 정치, 종교 문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까르푸의 달라이 라마 지원설을 강력 부인했다. 중국인들의 표적이 된 프랑스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도 회장도 “서구는 제멋대로 중국을 삿대질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인들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려고 애썼다.
독일의 재계 지도자들은 “독일 내 20만개의 일자리는 중국에 의존하고 2007년 독일 수출의 7%는 중국과 관련이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이나 제재보다는 대화가 유용하다”고 독일 국민의 자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중국의 공세를 뒷받침하는 중국 내 뜨거운 민족주의 열기는 중국 정부의 부담이기도 하다. 20일 중국 공안이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까르푸 시위에서 6명을 연행한 것은 민족주의가 거리에서 마구 표출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의 고민을 드러냈다. 신화통신이 19일 불매운동 등이 이성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측 역공 수위는 서구의 공세 변화와 중국 내 시위 열기 등에 맞춰 적절히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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