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 아니다. 법정에서의 ‘거짓 연극’으로 태산이 요동 쳤으나 결국 잡은 건 겨우 쥐 한 마리 뿐이었다.”(泰山鳴動 鼠一匹ㆍ태산명동서일필)
지난해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역인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윤 경)는 17일 김씨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150억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01년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증권거래법 위반) 등을 통해 모은 회사 자금 319억원을 횡령(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하고 미국 여권과 법인설립인가서 등을 위조(사문서 위조 및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각종 문서를 위조해 만든 외국계 페이퍼컴퍼니를 동원, 마치 외국자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를 내는 방법으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했으며, 이를 통해 모은 회사자금 319억원을 교묘하게 횡령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사망한 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미국을 드나들면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하는 등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법질서 경시 태도를 보여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BBK투자자문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 사건의 공소사실과는 관계가 없다”고 전제한 뒤 “드러난 증거만으로도 피고인이 BBK투자자문과 옵셔널벤처스를 설립, 운영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재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도 준엄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재산적 이익을 노린 통상의 경제범죄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국내의 특수한 정치상황(대선)을 이용해 뚜렷한 근거 없는 주장을 거듭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희석하려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객관적 증거로 명백히 드러난 범행을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로 부인하면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러한 태도는 부정하게 얻은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상당한 금액의 벌금형 병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는 재판장이 1시간에 걸쳐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그간 변론을 맡았던 박찬종, 홍선식 두 변호사와 함께 나란히 앉아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이날 법정에서는 김씨의 어머니가 선고를 듣던 중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가 방호원들에 의해 법정 밖으로 끌려나가는 소동이 빚어져 잠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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