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특검팀은 99일간의 수사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소라는 외양은 갖췄다.
그러나 수사의 핵심인 비자금 조성 의혹, 정ㆍ관계 로비 수사는 사실상 손도 못댄 채 끝나 오히려 속은 빈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더구나 일부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 때문에 "삼성 앞에서 검찰이나 특검이나 다를 바 없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우선 특검팀이 1,128억원의 양도세를 포탈한 이 회장 등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을 이유로 불구속한 것은 가장 큰 논란거리다. 더구나 특검팀은 "이런 범죄는 재벌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둘러싼 현실적, 법적 여건의 괴리, 부조화에서 비롯됐다"며 조세포탈 범죄를 옹호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검찰 내부 기준으로 탈세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구속수사가 원칙이다. 예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된 사례와 비교해도 '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의지 뿐 아니라 수사능력도 지적을 받는다. 특검팀은 수사과정에서 2조원 상당이 운용된 삼성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 1,199개를 발견했다. 비자금 의혹이 컸지만, 현금 출금, 금융전표 보존기한(5년) 초과 등 때문에 단서 하나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능력 논란은 특검팀이 애초부터 소극적 수사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특검팀이 차명계좌 자금의 '조성처'규명에 집중했다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특검팀은 조성처를 밝힐 수 있는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를 압수수색, 분식회계 단서를 찾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오직 기업 감사조서 등만 검토했고, 이는 특검팀도 인정했듯이 "비자금 조성을 확인하기엔 근본적인 한계"였다. 수사팀은 차명계좌를 집중 조사, 여기서 수상한 자금흐름이 나오면 비자금 실체에 다가간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삼성의 '회장 개인 재산'이라는 반박을 깨지 못했다.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 부실에 대한 비난은 더 높다. '삼성 떡값 수수 인사'로 지목된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임채진 검찰총장은 소환 한번 안한 채 서면조사로 무혐의 종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서면조사에 그쳤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눈치보기'였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철 변호사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일할 당시 택배로 현금 500만원을 보낸 삼성 법무팀 이경훈 변호사는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예의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럼 특검팀 성과는 무엇일까. 삼성생명 지분 16.2%가 이 회장 차명재산임을 밝혀냈지만, 사법처리가 뒤따르지 않아 수사성과로는 무의미하다. 그나마 사상 최초로 차명계좌 주식거래 행위에 대해 양도세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특검팀이 뒤늦은 수사 착수, 부족한 수사 기간 및 인력 등으로 조건이 열악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도 아닌 특검이 이 정도 결과만 내놓은 것은 기대 이하"라고 평했다.
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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