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렸지만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월 스트리트 역사상 최고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만의 미 국민들이 집값 폭락과 임금 정체로 고통을 겪는 한편에서 금융 엘리트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 미국 사회 빈부 격차의 명암을 드러냈다.
16일 기관 투자업계 전문잡지인 알파 매거진에 따르면, 지난해 펀드 매니저 연봉 상위 25명의 평균 연봉은 8억9,200만달러로 2006년(5억3,200만달러)에 비해 68%가 급증했다. 폴슨 앤 컴퍼니의 창립자인 존 폴슨이 연봉 37억달러로 1위에 올랐고 소로스 펀드의 조지 소로스(29억 달러),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의 제임스 사이먼스(28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에 따른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시장 투자에서부터 석유와 밀, 구리 등 상품가격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월 스트리트 역사상 최고의 보수로 추정되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였다”며 “부유한 펀드 매니저들이 더욱 빠르게 부를 늘리면서 부의 관념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례 없는 펀드 매니저의 돈 잔치에는 미국 사회 빈부 격차 확대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위 3명이 벌어들인 수익(94억달러)은 2003년 상위 25명이 거둔 총수익(28억달러)의 3배를 넘었고 상위 25위 안에 들어가긴 위한 최저 연봉(3억 6,000만달러)도 2002년에 비해 18배를 넘었다. ‘울트라 부자’의 수익 규모가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미국 중산층 가정의 연평균 소득은 6만5,000달러에 불과하며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월 스트리트에서조차 불편한 심기가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월리엄 그로스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이것은 추한 일이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헤지펀드 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거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이번 연봉 공개로 헤지펀드 산업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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