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우열반 편성과 0교시 수업 부활 등의 우려를 낳고 있는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폐지의 필요성이 없는 지침까지 한꺼번에 없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가 15일 즉시 폐지한 29개 지침 중에는 학습 부교재 선정 지침도 포함돼 있다. 이 지침은 일선 학교의 부교재 채택과 관련, 교사 비리 예방을 위한 장학활동을 강화하고 적발 학교에 대해서는 연구학교 지정을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지침은 지난해 3월 일부 교사들이 교과서와 부교재를 채택하면서 출판사로부터 사례금을 받아 물의를 일으키자 만들어졌으며 이후 교사와 출판사간 부적절한 거래를 일부나마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소한의 규제 장치인 지침이 폐지되자 일선 학교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인천의 한 고교 국어교사는 “부적절한 부교재 강매와 일괄 구입 관행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청이 이어지면 주요 과목 교사들의 부교재 구입 요청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부교재 영업 담당을 하는 한 출판사 직원도 “요즘도 국어 영어 수학 교사들에게 교재 채택 대가로 30만~50만원씩 책정해 지급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도 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배경 설명도 없이 학교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하는 지침까지 없애 혼란을 부추긴 경우도 있다. 시도교육청의 지도점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지침이 폐지되자 일부 학부모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촌지를 줘도 된다는 뜻이냐”고 반문할 정도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지침이 폐지돼 기존 지침 내용이 모두 잘못된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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