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철순 칼럼] 청남대 되돌리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철순 칼럼] 청남대 되돌리기

입력
2008.04.21 08:57
0 0

이명박 대통령이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1박 2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만찬대접을 받는 이 행사가 방미활동의 눈대목이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대통령은 아무나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지 않는다. 한국 국가원수로는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한미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기약하는 정상회담을 이곳에서 하게 된 것은 양국 모두에 의미가 크다.

■ 한국엔 캠프 데이비드가 없다

그러나 간단치 않은 현안이 많아 이 대통령이 치를 ‘숙박료’에 당연히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이라크 파병 연장,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 미대사관저 부지 변경, 이란 제재 동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폭 확대, 미사일 방어(MD)계획 참여 등을 바라는 미국으로서는 속된 말로 이 대통령을 구워 삶아야 할 필요가 크다.

한미 두 정상이 미국인들이 흔히 쓰는 말대로 케미스트리(chemistry)가 맞는 점도 있겠지만, 미국으로서는 부탁하고 설득할 일이 그만큼 많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는 한미관계와 국익을 조화시키면서 실용의 자세로 접근하겠다고 하는데,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 대통령과 그 일행은 밥값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와 반대로 우리가 외국 정상을 초청해 구워 삶을 필요가 있을 때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 대통령이 묵은 곳과 같은 영빈관(워싱턴 백악관 앞의 블레어 하우스)도 없고 캠프 데이비드와 같은 곳도 없다. 대통령이 휴가를 보낼 장소도 마땅치 않다.

비슷한 것이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에 마련한 영빈관 시설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부숴 버렸고, 충북의 청남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특히 청남대는 주변 풍광이나 청와대에서의 거리 를 감안할 때 백악관과 캠프 데이비드의 관계와 같은 시설로 활용할 만한 곳이었다. 노 전 대통령도 서둘러 청남대를 민간화한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에 지어진 청남대는 20년 만에 개방돼 현재 충북도가 관리하고 있다. 그 면적이 184만 여㎡로, 캠프 데이비드(50만㎡)보다 오히려 크고 주변의 대청호와 어울려 가꾸기에 따라서는 훨씬 더 좋은 경승지가 될 수 있다.

청와대가 이런 곳을 포기한 것은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종의 민주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안가를 없애고 청와대 앞과 인왕산을 개방한 것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탈권위와 민주화 조치의 일환으로 금단의 지역을 없애는 일을 계속해 왔다.

그런데 해외 국빈의 방한이 급증하고 영빈관시설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처럼 호텔을 잡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요즘 국제외교에서는 공식적 의전과 행사에 의존하는 것만큼 문화와 인간적 교류를 통해 상대국의 마음을 사는 외교의 비중이 크다. 별장외교는 그런 이유와 필요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공을 들이는 자원외교는 별장외교식 접근이 특히 필요하다. 자원부국일수록 1인 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그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처럼 불러다 먹이고, 돈 주고 여자 주고 그럴 수는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는 일은 어느 부문에나 필요한 일이다.

■ 별장외교 장소로 활용하기를

우리나라는 ODA(정부 개발원조) 예산을 계속 늘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그것도 외교의 격을 높이는 일이다. 초청외교의 격도 높이면서 대통령의 휴식시설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청남대와 같은 곳은 필요하다. 이제 민주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실용을 강조하는 정부이니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청남대 되돌리기를 추진할 것을 권한다. 그런 시설을 새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