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후 미국을 처음 방문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5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으며 5박6일의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미 대통령이 공항에서 외국 국가원수나 외빈을 맞기는 처음이다.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미국을 찾은 교황은 이번 방미를 위대한 국민과 위대한 교회가 만나는 순례라고 표현했다.
교황은 이날 미국 행 특별기 안에서 2002년 이후 불거진 미국 내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다. 교황은 기자들의 서면질의에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은 교회 뿐 아니라 나에게도 커다란 고통을 안겨줬다”면서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언급 가운데 가장 강한 어조로 “성직자가 어린이에게 치유와 하느님의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의무를 어떻게 이런 식으로 배반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개탄한 뒤 “아동 성도착자는 성직자가 될 수 없으며 우리는 그들을 성직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교황은 또 “좋은 성직자를 갖는 것이 사제의 수가 많은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사제에 의한 성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재발방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성추행을 당한 일부 희생자들은 “교회의 고통을 말할 뿐 우리의 고통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면서 “교황이 공허한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확고한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가톨릭 관계자들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방미 기간 중 아동 성추행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이며 일부 희생자를 만나 위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황은 미국의 이민정책에 대해서는 “(불법이민을 다루는 과정에서) 가족이 분리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가족의 재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에 대한 공식 환영식은 16일 오전 1만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 남쪽 뜰에서 열렸고 이어 백악관 집무실에서 교황과 부시 대통령의 회담이 진행됐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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