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지도부가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외견상 비준안 처리 시점이 논란거리였지만 실제로는 협상 결과에 대한 심각한 정치적 판단의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체성 논란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논란의 단초는 손학규 대표가 제공했다.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불쑥 토론을 제안한 것. 그는 “우리 당이 중도개혁과 새로운 진보를 얘기하는데 과거와 신민족주의에 기반해 한미 FTA를 반대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 “이념적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피해산업에 대한 보상 방안을 강구하면서 통과시켜 주는 쪽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하자”며 “17대에선 우리가 다수당이니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곧바로 최고위원들의 반박이 쏟아지면서 30여분 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협상전략 차원에서도 미 의회 상황을 봐 가면서 해도 늦지 않다”고 했고,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피해산업 대책을 세우는 게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천 공동대표도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졸속 처리는 안 된다는 얘기”라며 17대 임기 내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시민사회 출신의 비례대표 당선인인 김상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손 대표가 FTA에 상당히 집착하는 것 같다”면서 “‘조건부 찬성’ 당론에 대한 각론 논의가 안 된 상황에서 곧바로 찬성하자는 건 민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감정싸움 양상도 벌어졌다. 한 참석자가 “총선 때는 18대 국회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해놓고 당 정체성과도 맞지 않는 내용을 17대에서 마무리짓겠다는 건 한나라당의 뉴타운 입장 번복과 다를 게 없는 국민 기만”이라며 손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손 대표가 “FTA 찬성이 어떻게 당 정체성에 위배되는 거냐”고 반박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결국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손 대표가 “그만 하자”며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최고위는 막을 내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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