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3)씨는 건설공사장 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었다가 팔목에 금이 갔다. 대개 6~8주가 지나면 부종이 줄고 통증도 없어지지만, 김씨는 두 달 넘도록 손의 부종이 더 심해지고 통증도 악화됐다.
옷 입을 때 소매만 닿아도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생겼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었다. 물건을 들지도 못하고 손톱도 깎지 못할 정도여서 전신마취를 받은 후에야 손톱을 깎았다. 교감신경절블록 등의 치료를 받고, 마약성 진통제 등을 먹어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 척수, 뇌신경 손상으로 유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80~90%가 외상 등에 의한 척수나 뇌신경 손상에서 비롯된다. 뇌신경 손상은 골절, 타박상 등 외상과 수술, 염증, 감염, 염좌 등으로 유발된다. 그러나 나머지 10~20%의 환자는 별다른 원인이 없이 나타난다.
이 질환은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면서 지각과민, 부종, 발한 이상(땀이 많거나 적어짐), 근육위축증, 피부나 손톱 등의 퇴행성 변화, 골다공증 등이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그 심각성을 인정해 통증 질환 중 유일하게 장애로 판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아주대병원에서 이 질환 치료를 위한 '정맥신경치료실'을 개설했다.
환자의 고통은 통증 수치를 10점으로 했을 때 7.9점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 94%가 통증이 수면에 영향을 미쳤고, 60%는 일상생활에 장애를 받는다고 답했다.
만성질환으로 악화해 오랫동안 고통받는 환자들이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설문조사 결과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 중 응답자의 47%가 자살을 생각했으며, 15%가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일반인 평균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 전기자극ㆍ약물이식으로 치료
약물요법을 비롯해 교감신경ㆍ경막외강ㆍ척수신경근 차단 등 블록요법, 정맥신경치료약물 주입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치료도 효과가 없으면 몸 안에 척수신경자극기를 삽입해 전기자극을 주는 척수신경 자극술을 시행한다.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은정 교수는 "이 시술로 통증을 50~80% 가량 줄일 수 있다"며 "수술비용이 1,500만원으로 비싼 게 흠이지만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어 200만원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통증학회 회장인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찬 교수는 "3차 신경통은 감각신경에 의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어서 아예 감각 신경을 파괴하는 등의 치료를 할 수 있지만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신경을 파괴해도 치료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상철 교수팀은 최근 아시아 최초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치료를 위해 몸 속에 이식하는 약물주입시스템(SPIIS)을 도입했다.
환자 몸 속 척수강에 SPIIS를 심어 진통제를 24시간 동안 조금씩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먹는 약이나 주사로 효과적인 치료가 불가능했던 환자에게 주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도 비용이 1,500만원선으로 비싼 것이 흠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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