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나라(奈良)현 아스카데라(飛鳥寺)가 6세기 말 축조된 백제 왕흥사(王興寺)를 본떠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일본 고고학계에서 제기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나라현 다카이치(高市)군 아스카(明日香)촌에 있는 아스카데라는 백제왕이 승려와 장인을 보내 577년 건립을 시작했다는 기록이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있어 애초부터 백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절이었다.
일본 학자들이 왕흥사를 이 절의 모델로 지목하는 것은 지난해 충남 부여 왕흥사터에서 출토된 사리함 명문을 통해 왕흥사 완공 시기가 여태까지 알려진 600년이 아니라 577년인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문양이나 구조로 볼 때 아스카데라의 기와는 두 가지 다른 계통의 가마에서 구운 것인데 왕흥사 기와도 똑 같이 두 가지 계통을 보이고 있다. 절의 본당 앞에 세운 목탑의 기둥받침돌(심초석)이 지상노출식이 아니라 지중매설식이라는 점도 같다.
오하시 가쓰아키(大橋一章)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불교미술사)는 “왕흥사에 이어 아스카데라 계획이 추진되었을 것”이라며 “백제가 불상이나 경전을 일본에 주었지만 불교가 확산되지 않자 절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가와 마사토시(佐川正敏) 도호쿠가쿠인(東北學院)대 교수(고고학)는 “아스카데라는 목탑의 기둥받침돌 바로 아래에 사리함을 넣었지만 왕흥사는 약간 남쪽으로 치우쳐 사리함을 묻었다”며 “중국과 한반도를 거쳐 사찰 양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변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왕흥사는 백제 위덕왕이 죽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창건한 절로 지난해 국보급 사리함이 발견돼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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