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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양극화 키우는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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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양극화 키우는 감세

입력
2008.04.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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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백화점 임직원들의 얼굴이 밝다. 한창 진행 중인 봄 세일 성적이 기대 이상인 탓이다. 고유가 등 대외악재와 고용여건 악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데도 예년 대비 두 자릿수의 높은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산층이 비교적 두터웠던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의 지역별 매출 신장세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예컨대 서울 압구정동 등 강남의 백화점 매출이 10% 늘어나면, 미아리 등 강북도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강남ㆍ북 지점간 매출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20%에 근접한 고금리로 지갑이 두둑해진 부자들이 IMF 파고 속에서도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았던 탓이다.

우리 사회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하는 상징적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데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진 참여정부 후반 들어 지역간 매출 증가율 차이가 거의 사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강남의 고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세 부담이 커지면서 강남 부자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백화점 업계의 봄 세일 매출은 날로 악화하는 각종 경기지표를 비웃듯 고공 행진을 지속 중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는 전년 대비 30~40%나 신장했다. 경기 하강 징후가 분명해지고 있는데도 부자들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백화점 내부에선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부자들이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지갑을 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또 하나는 새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미래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고소득층이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등 기업과 가계의 각종 세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내수 진작책을 마련 중이다. 일단 부자들의 소비는 좀 늘어날 듯싶다. 근로소득자의 56% 가량이 면세점 이하인 상황에서 소득세율을 낮추면 고액 연봉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소득 격차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 법인세도 전체의 1% 미만인 우량 대기업들이 인하 혜택의 80%를 가져갈 전망이다.

이렇게 세금을 줄여 대기업의 투자가 늘어난다면 다행이지만,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대기업들은 수십 조원의 막대한 현금을 움켜쥐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지만, 대기업의 경우 이미 각종 공제제도를 통해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의 법인세를 내고 있다. 높은 세 부담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최근 만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 부진에 대해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확실한데다 반도체, 휴대폰을 넘어설 신수종사업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돈벌이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왜 투자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 중인 조선업계는 최근 수 년간 ‘과잉투자’를 우려할 정도로 활발한 투자를 해왔다.

우리 사회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득 계층간 양극화는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및 소비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고소득 계층의 배만 살 찌우는 감세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감세에 따른 정부 사업의 축소는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줄여 소득 재분배 기능을 더욱 위축시킬 우려도 크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소외계층의 가처분 소득 증가가 전제되지 않는 감세는 양극화만 더욱 키울 것이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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