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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공화국' 저자 발레리 줄레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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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공화국' 저자 발레리 줄레조 인터뷰

입력
2008.04.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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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늘어나면 그 지역의 투표성향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흥미로운 연구주제 같습니다."

지난해 문제작 <아파트공화국> 에서 "한국에서 아파트단지는 '중간계급 제조공장'처럼 보인다"며 한국 아파트의 계급문제에 주목했던 발레리 줄레조(41)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한국학 담당교수가 지난 주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은 그가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남북한 공유영역 연구'의 일환으로 파주 등 경기북부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이뤄졌지만 뉴타운, 아파트, 대운하 등 토건국가적 개발주의 공약이 이슈가 된 지난 총선결과 역시 줄레조 교수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줄레조 교수는 "이번 총선역시 화두는 아파트였다"며 먼저 서울 강북지역 판세를 가른 '뉴타운' 공약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다.

낙후된 주거지역을 고급주거지역으로 바꾼다는 뉴타운 계획의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꼭 아파트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줄레조 교수는 "아파트단지는 시간이 갈수록 생활수준이 낙후하고 주변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가 쉽지않은 주거형태로 받아들여지는 프랑스와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서울 강북지역을 한나라당 후보가 싹쓸이 한 점에 대해서는 일종의 계급투표 현상이 가시화한 것으로 봤다.

줄레조 교수는 "아파트단지의 건설이 그 지역의 사회계층을 변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며 "아파트의 증가와 정치성향의 변화 관계를 고찰하는 것은 정치학자들의 몫이지만, 내가 책에서 제시한 '아파트 단지 양산 메커니즘'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이는 아파트 공급이 단지 자산소득증가를 원하는 중산층의 욕망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함으로써 중산층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려는 권위주의 정권의 이해와도 관련이 있음을 밝히는 메커니즘이다.

발레리 교수의 이 메커니즘은 '뉴타운' 계획 같은 도심재개발을 통해 기존의 낙후지역이 아파트단지로 대체되면서 중산층이 유입되고 이들이 보수정당의 지지기반이 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많음을 잘 설명해준다.

층고제한 해제, 재개발ㆍ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아파트공급 확대 같은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주택가격 안정을 가져올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지난 30년간 서울을 관찰해본 결과 집값 상승의 원인은 경제적 이유 이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표시했다.

한편 새 정부의 중요한 공약인 '대운하'에 대해서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는 비용문제와 환경파괴 문제로 많은 논쟁을 야기할 것"이라며 "화물운송보다는 관광용으로 쓰이는 프랑스의 라인-론강 운하가 좋은 비교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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