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1480년 4월 18일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여인 루크레치아 보르자가 태어났다. 1519년 39세로 몰. 루크레치아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면 그 가문의 성 보르자에 주목하자. 체사레 보르자(1475~1507)가 그녀의 오빠다. ‘카이사르(황제), 아니면 무(無)’라고 쓴 깃발을 들고 르네상스 이탈리아를 호령했던 그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을 쓰면서 이상적 군주의 모델로 삼았던 인물이자, 동시에 살인과 음모 등 갖가지 악행을 저지른 ‘악의 본보기’였다. 군주론>
남매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재위 1492~1503ㆍ속명 로드리고 보르자)의 서자다.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좋게 표현해서 ‘가장 세속적인 그리스도’라고 불린 알렉산데르 6세는 난잡한 여자관계로 9명의 자녀를 두었고, 체사레와 루크레치아는 그가 추기경일 때 유부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4자녀 중 첫째와 셋째였다. 보르자 가문과 르네상스의 위대한 문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한 시대에 공존했다는 사실은 흔히 역사적 아이러니의 예로 꼽힐 정도다.
집안 남자들의 악행에다 그녀 자신의 뜻이었든 아니든 3차례의 정략 결혼, 그리고 근친상간의 야사까지 더해져 루크레치아는 서양사의 요부, 팜므 파탈의 전형으로 문학ㆍ영화 등의 단골 주인공이 됐다. 19세기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는 1833년에 희곡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썼고,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는 그 해 이를 동명 오페라로 만들어 밀라노에서 초연했다. 영화 ‘대부’의 원작소설을 쓴 마리오 푸조는 보르자 일가를 이탈리아 최초의 ‘원조 마피아 패밀리’로 그린 소설 <패밀리> 를 15년 동안 집필하다가 채 완성하지 못하고 죽었다. 패밀리>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비롯해 그녀와 동시대를 살았던 4명의 여인을 다룬 <르네상스의 여인들> 은 <로마인 이야기> 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71)가 1969년에 쓴 처녀작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반적 평가와는 달리 이 책에서 루크레치아를 권력의 심장부에서 타고난 아름다움 때문에 정략과 정쟁의 희생이 된 비극의 여인으로 그리고 있다. 로마인> 르네상스의>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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