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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재정, 선 넘은 '환율 발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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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재정, 선 넘은 '환율 발언' 파장

입력
2008.04.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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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소신’이 아니라 ‘독주’다.

취임이후 환율에 대해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거듭해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시장은 “넘어서는 안될 선까지 넘어서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다. 싸워서라도 환율을 특정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그의 환율 인식에 오히려 시장은 더 불안해 하고 있다.

■ 거침없는 직설화법

강 장관은 16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 CEO 과정 조찬세미나에서 “환율에 대해 언론이 비판을 많이 했지만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전후로 올라가면서 악화되던 여행수지 추세를 바꿔놨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환율은 상품 수출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수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제주도보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골프 치는 것이 훨씬 싸고 국내보다 도쿄에서 쇼핑하는 것이 싼 상황으로 변했는데 느낌이 좋지 않고 앞으로 쉽게 개선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5년간 원화가 엔화보다 3배 절상된 것이 잘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외환당국 최고책임자가 이처럼 환율상승을 노골적으로, 공개적으로 지지한 예는 없었다. 아무리 정책방향을 원화 약세쪽으로 잡았다 해도, 보통은 은유적으로 에둘러 표현하고 그래도 안될 경우 점차 발언강도를 높여가는 식으로 외환시장에 접근해왔지만 강 장관은 처음부터 강공일변도였다.

한 시장관계자는 “지금의 강만수 장관-최중경 차관 라인은 시장을 끌고 가려고만 하지, 시장과 대화하려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강 장관 발언 등의 영향으로 장중 한때 995.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 원색적 비난까지

강 장관은 이날 작심한듯 금융권을 맹비난했다. 그는 “(외환시장에서) 투기세력보다 더 나쁜 세력은 지식을 악용해서 선량한 시장 참가자를 오도하고 그걸 통해서 돈을 버는 ‘사기세력’(실제로는 ‘S기세력’이라 표현)”이라며 “(은행이) 잘 모르는 중소기업한테 ‘환율이 더 떨어질 거다’ ‘앞으로 2,3년까지 환율이 절상될 거다’라며 환헤지를 권유해서 수수료를 받아 먹는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당초 원ㆍ달러환율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고, 수출기업을 상대로 낮은 환율에서 선물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후 원ㆍ달러환율은 상승했고, 빗나간 환율예측으로 선물환 계약을 맺은 수출기업들은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업들은 손해보고 은행들만 이익(선물환 수수료 수입)을 내게 된 셈인데, 강 장관은 이를 두고 ‘사기세력’으로 비난한 것이다.

■ 분노와 우려

졸지에 사기세력으로 몰린 은행권은 부글부글 끓었다. 예측에 따라 업체들에 환헤지를 권했을 뿐인데, 결과만 보고 사기세력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예측을 빗나가게 한 것, 즉 환율을 끌어올린 것은 정부였다. 그런데도 모든 책임을 은행에 돌리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더구나 환헤지 때문에 손해본 기업도 있지만 정부의 환율 상승 부추기기로 환율이 더 급등하는 바람에, 환율이 일정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을 입게 되는 통화옵션에 가입한 기업은 더 큰 손해를 봤다는 ‘정부 책임론’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화강세 요인이 많아 당시의 환헤지를 사기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환율은 흐름에 맡기고 정부는 변동성을 줄이는 정도의 역할에 머물러야지 정부가 시장을 리드하려 하면 불필요한 불안정성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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